두산그룹의 지주사격인 두산과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사업에서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연료전지사업에서 두산은 올해 흑자 전환을 바라 볼 정도로 성장했지만 포스코에너지는 회장 교체 시기와 맞물려 사업 매각설이 힘을 받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왼쪽부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
두산은 충청남도 서산 대산산업단지에 지어지는 세계 최초 부생가스 연료전지발전소에 연료전지 114대를 공급한다.
두산은 2017년에 부생수소 연료전지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소다.
부생수소 연료전지는 기존 수소 연료전지보다 발전단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 연료전지에 쓰이는 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별도의 추출과정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연료전지사업 진출 뒤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인 부생수소 연료전지시장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연료전지사업에서 수주 규모가 크게 늘어난 덕분에 올해 사상 첫 영업이익 흑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에 84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다. 2017년 상반기에 1100억 원을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663.6% 늘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두산은 올해 하반기부터 상반기에 수주한 물량의 납품이 시작되면서 연료전지사업에서 실적이 늘어날 것”이라며 “수주 물량의 40% 정도가 1년 안에 매출로 인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이 올해 연료전지사업에서 매출 4101억 원, 영업이익 208억 원을 낼 것으로 정 연구원은 예상했다. 2017년보다 매출은 95.8%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62억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사업 매각설이 불거질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사업 매각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2015년 하반기부터 연료전지사업에서 수주활동을 중단하면서 꾸준히 사업 철수설이 제기됐다. 6월에도 미국 퓨얼셀에너지(FCE)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사업에서 철수하려 한다”고 밝히면서 매각설에 시달렸다.
포스코에너지는 퓨얼셀에너지로부터 기술을 이전받는 과정에서 부실한 기술 검증으로 국내 판매제품에 치명적 품질 결함이 발생했다. 연료전지 핵심부품인 ‘스택’의 불량으로 막대한 교체비용이 들었다.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수주활동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표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사업에서 2017년까지 누적적자 3300억 원를 봤다.
최근 포스코 회장이 바뀐 점도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사업 매각설에 힘을 보탰다.
연료전지사업은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이 취임하면서 성장동력으로 키운 사업이라 권 전 회장이 직접 사업 철수를 추진하기 어려웠겠지만 최정우 회장이 새로 취임한 만큼 사업 철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의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국내 연료전지시장은 포스코에너지가 2007년부터 독점했던 시장이다. 두산은 2014년 미국 클리어엣지파워와 국내 퓨얼셀파워를 인수하면서 연료전지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다.
포스코에너지의 국내 연료전지시장 점유율은 2014년까지 90%를 유지했지만 최근 두 회사의 사업 성패가 엇갈리면서 올해 점유율이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에너지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에 58%까지 줄었다. 두산은 하반기 5천억 원 정도 추가 수주를 통해 1조3천억 원이 넘는 연간 수주액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