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8-10 15: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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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3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하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노동자협의회(노협)는 올해 통합 임단협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면서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남 사장은 올해 일감이 없어 무급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노사가 올해 통합 임단협에서 13일부터 순환 무급휴직과 임금 인상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6월 말부터 통합 임단협을 진행하다가 6일부터 10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났는데 휴가기간이 끝나는 13일부터 다시 통합 임단협을 이어간다.
삼성중공업 노사의 최대 쟁점사안은 무급 순환휴직과 임금 인상 여부다.
사측은 올해 매출이 크게 줄어들어 고정비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노협에 무급 순환휴직을 시행할 뿐 아니라 기본급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급 순환휴직이 이뤄지면 삼성중공업은 사상 처음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게 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15년과 2016년 수주절벽 영향으로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급휴직을 노동자협의회에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무급휴직의 규모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신규 수주 53억 달러, 2016년 신규 수주 5억 달러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새로 수주한 일감이 1~2년 뒤 매출로 잡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이 당시의 수주절벽에 따른 타격을 올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증권업계의 실적 전망을 종합하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2024억 원, 영업손실 2419억 원 낼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34.16%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적자를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협의회는 사측의 이런 요구가 그동안의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2016년과 2017년, 올해 임단협을 한꺼번에 묶어서 타결하기로 양보해줬다”며 “또 통합 임단협을 진행하기 전에는 임금을 10% 반납했을 뿐 아니라 휴직과 희망퇴직도 감내했고 1, 2차 유상증자에도 적극 참여하며 회사의 안정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했는데 사측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협의회는 그동안 노동자들이 많이 양보한 만큼 △기본급 5.1%(10만286원) 인상 △고용보장 △희망퇴직 위로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남준우 사장으로서는 이런 노동자협의회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삼성중공업이 경영 악화로 삼성그룹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간신히 생명줄을 부여잡고 있는 가운데 직원 임금까지 올려주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황 악화로 2015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손실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차입금을 갚고 운영자금 등을 확보하기 위해 2016년 11월과 올해 상반기 각각 1조1400억 원, 1조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물론 2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수천억 원 규모로 참여하며 삼성중공업에게 자금을 수혈해줬다.
이 때문에 노동자협의의회는 남 사장이 아닌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협상테이블로 데려와야 한다며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서울시 한남동에 있는 이 부회장의 집 앞에서 거리 선전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무색하게 회사측 교섭단이 결정권도 없이 삼성그룹의 눈치만 보고 있느라 통합 임단협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협의회는 앞으로 투쟁수위를 더 높이겠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휴가 이후에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상경투쟁을 벌이는 것은 물론 김원극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이 무기한 단식투쟁까지 벌이면서 장외투쟁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