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모두 뒤늦은 타이밍, 미흡한 대책 등으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초스피드, 초강수'로 사과와 수습에 나서 다른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회장은 차남 허희수 전 부사장이 액상대마 밀수와 흡연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SPC그룹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허 전 부사장을 경영 승계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허 전 부사장이 1978년생으로 아직 마흔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SPC그룹에 복귀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완전히 차단한 셈이다.
그동안 재계에서 사건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당사자들이 직책에서 물러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벌어졌지만 그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영구히 경영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허 회장이 초강수를 들고 나온 배경을 놓고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우선 예전과 다른 사회적 분위기가 꼽힌다.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을 계기로 능력이나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채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자녀들을 놓고 사회적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설픈 사과나 대응으로 자칫 이번 사태가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등 악화되기 전에 결단을 내려 모든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파스쿠치,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를 거느리고 있는 소비재 기업인 만큼 불매운동의 여파가 다른 기업보다 클 수 있다.
허 회장의 이번 결단은 고심 끝에 나온 것으로 그만큼 마음이 편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이 지금까지 경영권 승계를 놓고 두 아들 가운데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은 여러 면에서 엿볼 수 있다.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의 직급이 같았고 SPC삼립 지분율도 11%대로 같다. 허 회장 본인이 차남이기도 한 만큼 SPC그룹에서 경영권 승계는 말 그대로 '안갯속'처럼 보였다.
특히 허희수 전 부사장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수제버거 전문점 '쉐이크쉑'을 성공적으로 들여오는 등 장남 허진수 부사장보다 존재감이 컸던 만큼 허 회장의 안타까움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이 지난해부터 겪은 논란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SPC그룹은 지난해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자회사 설립으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7개월 동안 논란이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여론이 악화돼 가맹점 매출이 20%나 급감했고 가맹점주와 제빵기사 사이도 악화됐다.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회사 분위기도 침체됐다. 사태가 처음 불거지고 석 달 동안 제빵기사 220여 명이 회사를 떠났으며 노조가 나뉘면서 노-노갈등도 겪었다.
허 회장은 이런 논란을 겪은 뒤 이미지 쇄신을 위해 3월 주총에서 결단을 보여줬다.
두 아들을 모두 SPC삼립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게 했고 사외이사도 모두 바꿨다.
SPC삼립이 SPC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로 상징성이 큰 곳이라는 점과 기임원에 오너일가가 없던 해는 단 1년에 그친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