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금강산 다시 본 현정은, 현대그룹 10년 기다림 끝날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일 고 정몽헌 회장 추모식을 위해 강원 고성군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금강산을 방문하고 돌아와 방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안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구체적으로 사업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확인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에 희망을 키웠다.

현 회장은 3일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 이백훈 그룹전략기획본부장 등 임직원 14명과 함께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북한을 방문했다.

현 회장은 승용차 편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을 방문했다. 금강산 특구 온정각 맞은편에 있는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모비 앞에서 15주기 추모식을 하고 약 6시간 만에 남북사무소로 돌아왔다.

현대그룹은 정 전 회장의 기일인 8월4일 전후로 매년 금강산에서 추도식을 열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8년 이후에도 추도식은 이어졌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2016년부터 금강산 추도식도 중단됐다가 이번에 3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현 회장의 방북은 2014년 12월 이후 3년8개월 만이다.

현 회장은 방북을 마치고 돌아와 귀환인사에서 북한이 올해 안에 편안한 시간에 평양을 방문하라고 초청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올해 안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는 북한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8월 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을 대비해 금강산면회소와 호텔 등 시설물의 보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시설이 낙후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추가로 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제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현대는 지난 10년과 같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하게 우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현 회장은 “남과 북이 합심해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데 현대그룹이 중심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금강산에서 시설점검을 하고 있던 현대아산 직원 15명 등 남측 인사 30명 외에 맹경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 20명도 참석했다.

당초 북한 인사와 접촉 여부는 불투명했으나 북한은 적지 않은 인원을 추도식에 보냈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긍정적 기류가 조성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태평화위원회를 통해 “금강산 추모행사를 잘 진행하고 적극 협조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영철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도 “현대그룹에 대한 믿음에 변함이 없다”며 “현대그룹이 앞장서 남북사업을 주도하면 아태는 현대그룹고 함께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현 회장이 방문한 이날 ‘남조선 현대그룹 일가가 받아 안은 영광’이란 제목의 글에서 정 전 회장과 북한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북남관계에서 당국보다 앞서 현대그룹과 첫사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전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 명예회장을 “민족이 화해하는 길을 열어놓은 개척자”라고 언급한 일도 소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