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사장은 2017년 11월 인사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AS사업, 친환경선박 개조사업 등을 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정 부사장이 책임지고 경영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표를 맡겼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정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게 될 시험대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 부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를 맡자마자 회사가 있는 부산에 거처를 마련하고 서울과 부산, 울산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하면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미래에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는 7월29일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최종 보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특위는 이 보고서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20%를 넘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그리고 이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를 넘을 때만 규제하고 있는데 이보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7월31일 기준으로 정 부사장과 그의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5.1%, 25.8% 각각 보유하고 있어 공정거래법 규제 기준인 30%를 넘는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100% 자회사인 만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넓어지면 이 규제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내부거래 금액이 517억6천만 원, 내부거래 비중은 21.73%에 이른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내부거래를 통해 주로 매출을 내는 부문은 보증대행 서비스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증대행 서비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엔진, 전기전자 사업 관련 보증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이 부문에서 거둔 매출이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441억 원 정도인 것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은 추정한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 보증대행 서비스의 매출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지난해 거둔 전체 매출이 2381억 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 현대글로벌서비스 로고.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범위가 확대되면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부사장은 실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벙커링 등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에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해 상반기에 친환경 선박 개조분야에서 1억2천만 달러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지난해 이 부문 신규 수주가 1600만 달러 정도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7배가 넘는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도 7월10일 열린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향후 성장축은 엔지니어링과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이라며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 애썼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 등이 포함된 기술 서비스와 벙커링사업 매출이 지난해 111억 원 수준에서 올해 1025억 원, 2019년 1828억 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문은 영업이익률도 20%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의 전망대로 이 분야의 성장이 이뤄진다면 정 부사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타격을 만회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