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과 구글 등 미국 대형 IT기업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주가가 최대 40% 가까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IT기업의 서버용 반도체 수요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미국 CNBC는 31일 "대표적 IT기업인 'FAANG'의 기업가치가 최소 3분의1 정도 떨어질 가능성이 나왔다"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와 구글의 앞글자를 딴 FAANG은 글로벌 IT업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 상위 5개 IT기업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산업의 발전으로 주요 IT기업들의 서비스와 콘텐츠사업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FAANG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2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 26일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하루만에 20% 급락하면서 상위 IT기업 전반에 악영향이 퍼지고 있다.
26일부터 30일까지 페이스북 주가는 모두 21.4%, 아마존 주가는 5.4%, 애플 주가는 2.6%, 넷플릭스 주가는 8.7%, 구글 지주사 알파벳 주가는 4.6%의 하락폭을 보였다.
CNBC는 "FAANG 기업 주가가 30~40%의 하락폭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증권가에서 나온다"며 "성장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의문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대형 IT기업들은 서비스와 콘텐츠사업의 폭발적 성장을 예상해 지난해부터 데이터서버에 공격적 수준의 투자를 벌이면서 반도체업황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실적이 아직 부진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어려워지면서 투자를 계획보다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져 서버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에도 악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26일부터 30일까지 8.6%, 마이크론 주가는 2.6%, 웨스턴디지털은 10.1%에 이르는 하락폭을 나타냈다.
미국 IT기업들을 서버용 D램과 SSD의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런 변화의 영향권 안에 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PC와 스마트폰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반도체 수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반도체의 생산 비중을 빠르게 늘려 실적을 방어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제품. |
삼성전자는 31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64기가 이상 고용량 D램과 8테라바이트 서버용 SSD 등 차별화된 제품 판매 확대로 반도체사업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서버용D램에 더해 데이터서버에 공급되는 72단 3D낸드 기반 SSD를 아마존과 MS 등 미국 주요 IT기업에 공급하기 시작하며 실적 성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대형 IT기업들의 성장성을 향한 불확실성이 데이터서버 투자 감소와 반도체업계 전반에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수요 성장을 견인하던 서버용 D램 가격이 4분기에 약 5% 하락할 것"이라며 "반도체기업들 사이 가격 경쟁으로 하락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데이터서버 설비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미국기업들의 서버 투자와 반도체 수요에 큰 변동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