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부동산신탁업계 개방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은행과 증권, 건설업계의 신탁업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동산신탁업계 1, 2위인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은 사업 노하우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가 8월에 보험과 부동산신탁업과 관련한 경쟁 강도의 평가 결과를 내놓는다.
은행과 금융투자업 등보다 부동산신탁업의 경쟁 강도를 먼저 평가하겠다는 것인데 다른 업계와 비교해 진입 장벽이 높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신탁업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의지도 있다.
부동산신탁업은 2010년부터 11개 기업체제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부동산신탁기업이 보유한 수탁고는 2017년 말 기준으로 178조5천억 원이다. 2013년과 비교해 수탁고가 51.1% 늘었다. 해마다 평균 8.6%씩 급성장했다.
2017년 말 기준 부동산신탁기업의 전체 영업수익은 1조325억 원, 영업이익 6719억 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129.9%, 영업이익은 307% 급증했다.
시장의 성장 추세를 놓고 볼 때 금융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새로 신탁업계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개발과 시공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와 은행들은 자금조달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부동산신탁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할 공산이 크다.
부동산신탁기업들은 금융위원회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동산신탁업 개방에 따라 먹거리 확보 경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주가는 각각 1년 전과 비교해 26.7%, 45.7% 빠지는 등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 시장에서도 부동산신탁업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개방에 따른 시장 확대의 이면에 관리형신탁사업이나 대리사무에 의존해온 하위 신탁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등은 시장 점유율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은 부동산신탁업계에서 영업수익과 수탁고, 납입자본금 등 여러 가지를 종합했을 때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새로 부동산신탁업계에 진입하는 회사들과 차별화한 노하우를 지닌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는 형태로 전략을 짜는 것이 신탁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은 1990년대부터 부동산 개발 경험을 축적해 순수 금융업종은 물론 건설사에서도 찾기 힘든 고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수의 이해관계를 관리하는 이해 조정 능력이 최대 강점”이라고 파악했다.
부동산개발사업은 토지 소유주부터 시행사와 시공사, 용역기업, 수분양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시장이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을 섬세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그동안 다양한 소송을 겪으면서 신규 사업자들이 쌓기 힘든 사업관리 노하우를 축적했다.
또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분양률이 낮을 때 순간적 위기 대응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신탁기업들은 예상보다 분양률이 저조하면 신속하게 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홍보활동은 물론 이후에 할인분양 등을 진행하며 선제적으로 책임지고 수익을 배분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은 신규 사업자들이 확보하기 어려운 전문적 인적 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직원 1명을 통해 얻는 수수료수익은 8억 원대로 파악된다. 나머지 9개 신탁기업 수수료수익의 2배에 육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