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여신구조를 가계 중심에서 중소기업으로 다변화하면서 대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전체 대출금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의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기준 중소기업에 93조6천억 원을 빌려준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10.3% 증가했고 상반기 전체 원화대출금 244조2천억 원의 38.3%에 이른다.
중소기업대출액은 2017년 말보다 4조5천억 원 많다. 국민은행은 2018년에 중소기업 순수대출액을 9조 원 정도 늘릴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반기에 절반을 채운 셈이다.
국민은행은 전통적으로 가계대출에 강세를 보여 왔지만 2017년부터 중소기업 위주의 기업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로 주택담보대출에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기업 위주의 ‘생산적 금융’에 힘을 싣고 있는 데에 대응해 수익원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2017년 12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5년 동안 모두 1조5천억 원을 지원하는 협약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과 체결하는 등 중소기업대출 관련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의 기술력 평가를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는 기술신용대출 관련 상품도 다양하게 내놓으면서 관련 대출액을 21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중소기업대출의 금리도 낮추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6월 기준 중소기업 신용대출에 평균 금리 5.45%를 책정했는데 2017년 같은 기간 5.96%보다 0.51%포인트 낮다.
같은 기간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에서 취급하는 중소기업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가 모두 상승한 것과 다르다.
이에 힘입어 국민은행은 상반기에 전체 원화대출금 성장률 4%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액이 2017년 상반기보다 5% 줄어든 부분을 중소기업을 비롯한 기업대출 성장으로 채웠다.
KB금융그룹도 국민은행의 실적을 놓고 “우량 중소기업 위주의 기업대출액이 2017년 말보다 5.1% 늘어나는 등 굳건한 여신 성장을 통해 이자이익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은행이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면 부실채권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2000년대 중반에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실화 문제를 겪었던 전례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5월 기준 0.69%로 4월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은행이 상반기 중소기업대출액의 66.7%(62조5천억 원)를 개인사업자대출(소호대출)로 내준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개인사업자대출금의 용도 외 사용을 엄격하게 사후점검하기로 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할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2017년 12월에 내놓은 ‘연체 정상화 예측모형’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적용하기로 하는 등 중소기업대출의 부실화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기업대출의 중심도 개인사업자에서 우량 중소기업으로 옮길 계획을 세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우량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영업을 하고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를 이전보다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부실채권이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