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아산의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정몽헌 전 회장의 추모행사에 맞춰 북한을 직접 방문할까?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8월4일 금강산에서 정 전 회장의 추모행사를 열기 위한 준비 작업을 밟기 시작하면서 현 회장의 방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정은, 북한 직접 방문해 현대그룹 대북사업의 확답 받을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아산 명의로 통일부에 제출한 ‘북한 주민 접촉 신청안’을 승인 받았다. 정 전 회장의 15주기 추모행사를 금강산에서 열기 위함이라는 현대그룹의 접촉 목적을 통일부가 받아들였다.

올해 초부터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남북이 관계를 진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간 차원의 추모행사를 북한에서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가 악화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9년 동안 2016년과 2017년 단 두 차례만 금강산 추모행사를 열지 못했다.

북한 통일전선부 외곽 조직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현대아산의 사업 파트너)가 현대아산에게 초대장을 보낸 뒤 현대아산이 통일부에게서 방북 승인을 받으면 정 전 회장의 추모행사가 3년 만에 금강산에서 다시 열리게 된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2년 반 만에 민간 차원의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15주기’라는 의미 등을 고려할 때 현 회장이 직접 북한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 회장은 2009년과 2013년, 2014년에만 금강산에서 열린 정 전 회장의 추모행사에 참석했을 뿐 그동안 열린 모든 추모행사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과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사실상 아무 사업도 하지 못하고 버텨오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현 회장이 직접 북측과 만나 사업을 논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그룹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직후 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매주 정기 회의를 여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사업 재개 준비에 이미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의 속도와 방식 등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는 탓에 아직 대북 제재가 풀리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북한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바로 두 달 안에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 회장이 정 전 회장의 추모행사에서 북측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의 조속한 재개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먼저 논의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우선 현대그룹은 개성공단사업이나 과거 전적으로 도맡았던 금강산 관광사업 등을 놓고 북한으로부터 사업권과 관련한 확답을 받아야 한다.

현대그룹은 2000년 8월에 북한과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 물자원,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 등 7개 사업권을 얻었다.

하지만 합의서에 서명한 지 18년이나 지난 상황에서 사업권이 유효한 지 여부를 놓고 업계의 주장이 갈리고 있다.

북한이 과거 합의서를 계속 인정하려는 의지를 지녔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경제 개방이 가속화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북한에서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 현대아산과 북한이 맺은 합의서가 그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주장들도 나온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논의해야 한다. 현대아산은 1998년부터 금강산 관광사업을 벌여 2008년 관광객 피살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10년 동안 사업을 담당했다.

하지만 북한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된 뒤 3년 만인 2011년에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해 현대아산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아산으로서는 정 전 회장의 추모행사에서 북한과 접촉하는 것이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며 “현 회장이 대북사업을 향해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접 방북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현재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북한 금강산에 파견된 직원 9명을 중심으로 북측과 접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