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텐서플로(인공지능 개발툴) 커뮤니티 이용자 수는 약 3만5천 명인데 인구 수 비례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이 6월 열린 구글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IT)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구글이 한국시장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구글의 한국사업을 책임지는 리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구글은 12일 현대기아차와 카카오 등과 손잡고 차 안에서 내비게이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한국에 출시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완전한 한국어 서비스로 개발했다는 점이다. 구글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렌스 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리드 프로덕트 매니저는 “구글에게 한국이 워낙 중요한 시장이라고 생각해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며 “우리팀에도 한국 사람이 많은데 그만큼 정보기술분야에서 한국을 높게 평가했던 부분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안드로이드와 연계된 서비스로 구글이 한국 내비게이션시장에서 단숨에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는다.
내비게이션시장은 단순히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일단 플랫폼을 형성하면 그 다음 시장인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차 등 차량과 관련한 시장까지 잡을 수 있는 '통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회사를 비롯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회사들도 안드로이트 오토와 비슷한 서비스를 이미 개발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누구’를 모바일 내비게이션과 결합한 ‘T맵X누구’를 제공하고 있고 KT와 LG유플러스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은 인공지능 스피커, 쇼핑,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한국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구글은 올해 안에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을 출시할 계획을 세워뒀다.
한국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은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회사들이 이미 앞서가고 있지만 구글은 후발주자임에도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로 평가된다.
구글은 2016년 미국에서 구글홈을 출시했는데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가 이미 장악한 시장에서 1년 만에 점유율 25%을 확보했다. 네스트, 스마트씽스, 필립스 휴, 로지텍 하모니 등 여러 스마트홈 회사와 적극적으로 제휴를 맺은 데 따른 성과였다.
구글은 최근 쇼핑 서비스인 ‘구글 쇼핑’의 한국용 베타 서비스도 공개했다. 올해 안에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쇼핑은 네이버 쇼핑처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정보를 한 데 모아 제공하는 서비스다.
구글은 자회사 유튜브를 통해 이미 한국 동영상 스트리밍과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3월 유튜브를 직접 들면서 동영상 서비스에 투자를 늘려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의 동시다발적 한국 진출로 한국 기업들도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은 만큼 한국사업을 총괄하는 리 사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는 셈이다. 특히 구글이 한국 기업들과 '합종연횡' 전략을 확대할 수록 '징검다리' 역할로서 리 사장의 보폭이 넓어질 수 있다.
구글은 유튜브, 검색엔진, 구글지도, G메일, 구글플레이, 구글캘린더, 구글드라이브 등 구글의 대표적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약 10억 명의 한 달 이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기업들의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만큼 구글에게 한국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구글의 한국법인인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로 등록돼 정확한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구글아시아태평양유한회사'에서 다른 아시아 법인과 함께 매출을 집계한다. 구글코리아의 본사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있다.
리 사장은 1968년 한국에서 태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1990년 미국 칼튼대학에서 컴퓨터공학 학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2005년 영국 생활용품 회사 레킷 벤키저 코리아 사장을 거쳐 영국 유통회사 테스코에서 중국, 말레이시아 등 사업을 도맡았다.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와 구글코리아 사장에 올랐다.
2016년 레킷 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구글코리아 수장에서도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난해 무죄를 선고받고 대표 자리도 지키면서 위기를 넘겼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