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표이사 사장은 SK그룹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꼽힌다.
SK그룹에서 가장 핵심으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의 인수합병 작업과 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 안착하기까지의 과정을 김 사장이 주도적으로 책임진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 김준호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표이사 사장. |
김 사장은 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기 위해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힘을 실어주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에서 합작법인 형태로 대규모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건설한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사업을 분사해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설립할 때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총괄해 왔던 김 사장이 이뤄낸 성과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실적을 사실상 모두 의존해 반도체업황 변화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고 성장여력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결기준 매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를 제외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폭의 영업손실도 예상돼 실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새 공장 설립으로 SK하이닉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아 종합 반도체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게 됐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중국 공장 설립 가능성은 지난해 말부터 구체화됐다. 지난해 7월 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사업을 분사할 때부터 이미 이런 계획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을 맡던 김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점을 두고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독립한 뒤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SK그룹이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김 사장이 초반부터 경영에 참여해 재무와 지배구조, 사업 운영 등 전반을 모두 총괄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높은 신임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후 SK하이닉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SK그룹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김 사장이 SK하이닉스시스템IC 출범부터 대표이사를 맡은 것도 SK그룹이 시스템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와 같은 성공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사장은 검사 출신 경영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춘 만큼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도 법무적 검토 등 실무를 주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SK하이닉스에서 김 사장이 남다른 '공부벌레'로 유명했다는 점도 시스템반도체분야를 책임지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SK하이닉스 경영총괄을 맡은 뒤 반도체분야에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전문서적을 읽으며 단기간에 기술자와 견줄 정도의 지식을 쌓았다. 반도체 관련 전문 서적의 번역을 감수했을 정도다.
기술자 출신이 아닌 임원들을 주말에도 회사로 불러 그룹스터디 형식으로 반도체 공부를 하거나 직원을 대상으로 반도체 관련지식에 대한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김 사장이 SK하이닉스시스템IC에서도 시스템반도체분야 전문가로 빠르게 거듭나 현장의 기술자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효율적 사업전략을 짜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공산이 크다.
그는 SK하이닉스시스템IC 출범 당시 "공정 기술과 역량을 키워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 장기 성장을 추진하겠다"며 도전 의지를 불태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