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국내 화학사들이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국내 화학사는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의 전개에 따라 하반기 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무역전쟁에 하반기 실적 '출렁'

▲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미국은 6일 오전 0시1분부터 중국산 산업부품, 설비 기계 등 818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곧바로 미국산 농수산품, 자동차 등 659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해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20일경 화학제품, 반도체제품 등이 포함된 284개 품목에 추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도 미국이 2차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 미국산 화학제품, 에너지제품 등 114개 품목에 같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국내 화학사는 20일 미국과 중국이 예정대로 서로의 화학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수출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4월부터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폴리카보네이트(PC), 44개 품목의 미국산 화학제품을 보복 관세 부과의 대상품목으로 정했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44개 품목 화학제품의 규모는 88억6600만 달러 수준이다.

중국은 화학제품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다. 폴리염화비닐(PVC)은 32%나 되고, 폴리카보네이트, 저밀도 폴리에틸렌도 각각 8%, 7% 수준에 이른다. 이 제품들은 국내 화학사 대분분이 생산하는 범용 기초소재다.

중국이 미국산 화학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은 생산능력을 갖춘 데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수입이 용이한 한국에서 화학제품의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무역전쟁은 미국산 화학제품의 아시아 지역 수출을 막아 지역 내 화학제품의 공급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미국에서 쉐브론과 다우 등 화학사들은 최근 에탄 분해설비(ECC) 가동률을 높이며 화학제품의 대표적 기초소재인 에틸렌 생산량을 크게 늘려왔다. 국내 수요에 대응하고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을 늘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산 화학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산 화학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아시아 지역으로의 유입이 줄어들게 된다.

다만 무역전쟁이 올해를 넘겨 장기화 하거나 유럽, 캐나다, 러시아 등의 가세하는 등 확전하게 되면 상황은 국내 화학사에 부정적이다.

일본 산케이비즈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한국, 일본이 중국에 기초제품을 수출하고 중국이 최종 제품을 제조해 미국 등 최종 소비국가로 수출하는 국제 분업 사이클이 약화된다. 

무역분쟁의 장기화는 한국산 화학제품의 중국 수출을 줄어들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산 기소소재 화학제품으로 만든 중국산 플라스틱 소비재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무역전쟁에 하반기 실적 '출렁'

▲ 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무역분쟁의 확전은 경기 침체로 이어저 화학산업에 큰 타격을 불러올 수도 있다. 

대부분의 화학 기초소재들이 최종 소비재의 원재료이므로 경제가 침체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화학제품 수요도 줄어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국이 관세를 10~20% 더 부과한다면 세계 교역량은 3.9~7.8%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7~1.3%포인트 떨어진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보여준 협상전략대로 극단적 선택으로 상대를 크게 자극한 뒤 필요한 순간에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외신과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촉발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국내 정치적 이유인 11월 중간선거 승리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미국 상원의원의 3분의 1, 하원의원의 전부가 새로 뽑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집권 후반기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재선 가도를 닦기 위해 매우 중요한 선거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지지율 상승 수단으로 최대한 활용한 뒤 중간선거가 끝나면 중국과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이 손을 내밀면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6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와 회담 자리에서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으며 모두 불리할 뿐”이라며 “세계 경기회복에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