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경영비리 혐의 재판을 남겨두고 있긴 하지만 신 회장이 2월 법정구속된 사유가 뇌물공여 혐의인 만큼 피고인 신문을 앞두고 롯데그룹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부터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7차 공판이 서울고등법원에서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심리로 열린다.

이날 신 회장의 피고인 신문을 마지막으로 뇌물공여 혐의 재판이 마무리된다. 1심 재판에서는 피고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검찰, 변호인 순으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된다.

이에 앞서 열린 6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서로 먼저 신문을 진행하겠다며 신경전을 펼쳤다.

신 회장이 의사소통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사소한 단어 하나만으로도 유불리가 갈릴 수 있어 신 회장과 신 회장 측 변호인단도 긴장하고 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 사업권 재취득이 신동빈 회장이 청탁할 만큼 롯데그룹의 핵심 현안이었는지 여부다.

그동안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이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검찰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을 롯데그룹의 핵심 현안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내부 문건과 당시 언론보도 등을 들며 면세점이 호텔롯데의 핵심사업인만큼 해당 사업권 취득이 호텔롯데 상장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롯데그룹은 2015년 8월 신동빈 회장이 직접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밝혔는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호텔롯데 상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졌다.

호텔롯데에서 면세점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어 ‘호텔롯데 실적=면세점사업 실적’이었던 데다 월드타워점이 소공점에 이어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 가운데 두 번째로 매출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구체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사업에 70억 원이라는 거금을 지원한 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수첩에 적은 내용,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이 독대하던 당시의 전후 사정과 정황들을 봤을 때 순수한 의도로 자금을 지원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대가성이 없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 회장 측 변호인은 호텔롯데 상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요 현안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면세점 사업권 재취득이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데 절대적 필수요건은 아니었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호텔롯데가 지난해 초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월드타워점의 가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또 월드타워점 사업권 재취득에 실패한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5월30일부터 6차례의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모두 4명의 증인이 증인석에 앉았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 임직원 3명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재취득이 그리 큰 현안이 아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이어갔다.

재판부가 마지막 증인이자 적대적 증인인 안종범 전 수석의 진술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도 이번 재판의 핵심으로 꼽힌다.

1심에서는 안 전 수석의 진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안 전 수석은 신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재취득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고 만남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이를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 회장 변호인단은 최근 열린 6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안 전 수석을 향해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또렷해지는 것은 거짓말의 정황이라는 대법원의 판례도 있다"며 거센 공세를 펼쳤다.

안 전 수석의 증언이 여러 차례 달라지기는 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거짓말'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며 안 전 수석의 손을 들어줬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