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LCD패널과 반도체에 이어 중소형 올레드분야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선두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물량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올레드 굴기'가 이른 시일에 성과를 낸다면 한국 패널업체가 LCD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으로 큰 타격을 입은 사태가 재현돼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도 있다.
▲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
5일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향후 3년 동안 중국에 완공이 예정된 중소형 올레드패널 전용공장은 모두 10곳에 이른다.
공장 신설에 들어가는 투자금액은 평균 5조 원 정도로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최대 90%에 이르는 자금을 직접 지원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 패널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독점을 무너뜨리려는 목표로 최첨단 공장을 짓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계 핵심산업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한국 회사들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로 현지기업들의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술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LCD패널에서 중국업체들의 진출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LCD 1,2위 업체였던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업황 악화와 패널 가격 하락으로 직격타를 맞아 LCD사업에서 큰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YMTC 등 대규모 공장 가동을 시작한 중국 기업의 공세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올레드패널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회사의 위협에서 벗어나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활로로 꼽혀 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주로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위 업체로 최근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 디스플레이업체가 중소형 올레드 기술 발전에 예상보다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 디스플레이업계가 중장기적으로 시장 우위를 낙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위 패널업체가 중소형 올레드 개발과 생산에 뛰어들었고 이미 애플 등 스마트폰업체에 납품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 회사가 삼성디스플레이와 대만 패널업계 출신 기술자를 대거 영입하면서 단기간에 설계와 양산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 회사들이 대형 LCD공장을 한창 증설할 때 "65인치 이상 대형 패널에서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에 추격에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OE를 비롯한 다수의 중국 회사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대형패널의 충분한 생산수율 확보에 성공하고 삼성전자 등 상위 고객사에도 공급을 시작하면서 한국 회사들은 타격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에서도 중국 회사의 추격을 방심한다면 LCD패널 업황 악화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중소형 올레드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수익성이 부진했고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중소형 올레드의 대규모 공급처를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중국업체들의 대규모 올레드 투자가 공급 과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며 "수율 등 기술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