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특수업무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는 해결법을 찾지 못하면서 주 52시간 근무 '조기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서둘러 달라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1년 유예기간보다 앞서 도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 (왼쪽부터)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본점 전경. <연합뉴스>
주 52시간 근무 '조기 도입'을 검토하던 은행들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사이의 협상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결과 등을 지켜본 뒤 시행하겠다는 태도로 바뀌었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6월15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주 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한 노동환경 개선 현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모두 결렬됐다.
금융노조는 6월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고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쟁의행위 수순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NH농협은행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결과를 본 뒤 전체 은행업계와 발맞춰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1일 농협중앙회와 발맞춰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4대 금융지주의 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주 52시간 근무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됐다.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가 단일노조를 구성하고 있어서 농협중앙회가 주 52시간 근무를 시작하면 NH농협은행도 동참하게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NH농협은행은 주 52시간 근무를 위해 근무시간 실태 조사와 PC오프제 검토를 하고 있었지만 부서별 업무 차이에 따라 전면적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금은 개별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금융노조와 교섭과정을 지켜보면서 은행권의 움직임에 맞추기로 방향을 바꿨다.
은행권이 주 52시간 근무를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는 특수근무를 둘러싸고 노조와 사용자 사이의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은행의 사용자협의회에서는 일반 은행영업점 업무가 아닌 특수한 업무에는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노조는 예외직무를 최소화해서 최대한 많은 직군에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사용자협의회는 정보통신기술(IT), 인사, 경영, 자금관리, 예산, 핵심성과지표(KPI), 결산, 여신심사, 경영계획, 일반기획, 연수원, 안전관리실, 자금관리, 물류배송, 기관영업, 어음 관리, 공항 및 공단 특수점포 등 20개 직무를 특수업무로 골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용자협의회에서 선정한 20개의 특수직무는 그 수가 너무 많고 광범위하다”며 “한 사람이 맡은 업무의 성격이 명확하게 분류되지 않는 것도 많아 사실상 모든 은행 업무가 특수직무로 취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려면 출퇴근 기록 시스템 구축, 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 허용 등 관련 사안들이 먼저 해결돼야 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회부된 쟁점이 가볍지 않아 조정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만일 전격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와 관련해 조정이 잘 이뤄지면 전 은행권이 3개월 정도 시행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