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에 아이폰 핵심 부품 확보를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한편 아이폰 등 주요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GSM아레나와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의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부품을 받는 비중을 낮추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애플은 이전까지 전 세계에 여러 부품회사를 두고 가격 경쟁을 유도해 협상에서 우위를 지켜 왔지만 부품업체들 사이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이런 전략을 쓰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아이폰X에 처음 탑재된 중소형 올레드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분한 기술력과 공급 능력을 갖춘 유일한 업체였기 때문에 애플이 물량을 모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올레드패널에 쓰이는 경연성기판도 자연히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주로 공급했다. 아이폰 등에 사용되는 고용량 모바일 낸드플래시도 기술력이 크게 앞선 삼성전자의 공급 비중이 높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경쟁자로 두고 있는데 부품을 의존하는 것은 결국 경쟁업체의 배를 불리는 꼴이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애플이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부품에 의존을 낮추는 방법은 결국 다른 부품업체들의 기술력와 공급 능력이 애플의 눈높이에 맞을 정도로 단기간에 빠르게 발전하는 것밖에 없다.
부품회사가 다변화하면 애플이 다시 가격 경쟁을 유도해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부품 공급 가격 협상에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부터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을 소량 공급받아 탑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 공급체제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전자전문매체 GSM아레나는 "애플은 패널을 받기 위해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공장에 직접 3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며 "올해 올레드 전체 수요의 최대 20% 정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폰에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이 탑재되면 자연히 경연성기판의 수급처도 삼성전기 외에 LG이노텍과 같은 신규 업체까지 다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경연성기판은 디스플레이업체를 통해 애플에 공급되는 형태"라며 "제품에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LG디스플레이 패널에는 LG이노텍의 기판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최근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참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도시바메모리의 낸드플래시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다면 삼성전자 반도체에도 의존을 낮출 수 있다.
LG화학과 올해부터 아이폰 배터리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점도 삼성전자 계열사인 삼성SDI의 배터리 수급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애플 아이폰에 공급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패널과 삼성전기의 경연성기판. |
애플은 2016년부터 아이폰용 프로세서 반도체 위탁생산도 삼성전자에 맡기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러 사업부와 계열사를 통해 부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조달하며 스마트폰사업에서 원가 절감과 기술 발전에 큰 장점을 갖추고 있다.
애플이 부품을 받은 회사를 다변화하는 한편 삼성전자와 같은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기 위해 반도체와 마이크로LED 기반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사례도 늘리고 있다.
애플이 자체 부품 기술 확보에 성과를 낸다면 아이폰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한편 삼성전자와 그 계열사의 의존을 더 낮추는 효과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역시 자체 스마트폰사업에서 고전하고 있어 애플에 부품 공급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애플이 부품을 받는 회사를 다변화되면 삼성전자는 향후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