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월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총수일가들에게 시스템통합과 물류업체 등 그룹 내 비주력계열사의 지분 매각을 촉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할 명분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를 열고 재벌기업에 일감 몰아주기 해결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총수일가가 비주력 계열사,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핵심 계열사 지분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빨리 매각하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 계열사들이 주로 총수일가가 대량의 지분을 보유한 그룹 내 물류와 SI업체 등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뜻한다. 이 업체들은 이를 통해 대부분의 실적을 올린 뒤 배당수익 등으로 총수일가에 이득을 주고 있다.
공정거래법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자산 5조 원 이상의 재벌 계열사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를 넘는 상장 계열사나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와 200억 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공정거래법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SI와 물류업체, 광고와 부동산관리 등 특정 업종도 직접 들며 이를 주력으로 하는 계열사 지분을 총수일가들이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등 그룹 내 계열사의 IT인프라 등 SI서비스, 물류관리서비스 등을 주력으로 하며 70% 이상의 매출을 삼성 계열사에서 올린다.
삼성 총수일가인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9.2%,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율은 3.9%씩으로 높은 편이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는 걸리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명분을 실어준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요구대로 금융계열사가 지분을 매각하면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낮아져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히지만 삼성전자 지분 1%만 해도 약 3조 원에 이르는 만큼 지분 인수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증권가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삼성SDS 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현실화되기 어려웠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2016년 삼성SDS 지분 약 2%를 매각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자 삼성SDS 주가가 급락해 소액주주들이 이 부회장을 고발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사실상 삼성SDS 지분 매각을 요구한 만큼 이 부회장으로서는 충분히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보유지분 가치는 약 1조6천억 원 정도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삼성SDS 지분 매각대금을 삼성전자 지분 인수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김 위원장의 요구가 법적 근거 없이 재벌 총수일가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