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행장이 1일 구속을 면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은 한숨을 돌렸지만 재판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닌 만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1일 오후 곽형섭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법원이 함 행장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 사실을 놓고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힌 점을 들어 검찰의 수사 결과에 법적 논쟁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함 행장이 구속을 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채용비리에 연루돼 거취를 달리한 여러 은행장들의 사례를 살펴볼 때 검찰이 강도 높은 보강수사에 나설 수도 있어 함 행장이 마음을 완전히 놓기에는 이르다.
함 행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이 법리적 검토와 보강수사 등을 통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여지를 열어둔 점을 감안하면 함 행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함 행장이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KEB하나은행은 경영적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여러 은행장들이 구속영장 청구 전에 사퇴를 한 까닭이기도 하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2017년 10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논란이 불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임했다.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도 ‘비자금 혐의’에 버티기를 하다 ‘채용비리 혐의’까지 가세하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전에 믈러났다.
물론 KEB하나은행이 통합은행 안착이라는 중요한 기로에 있는 점을 고려해 명확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함 행장체제를 놓고 섣부른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KEB하나은행은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쳐 통합출범한 뒤 2년이 지났지만 수차례 논의가 불발돼 여전히 인사·임금·복지제도 등은 각 은행에 입사한 직원마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KEB하나은행 노사는 진통끝에 5월3일 인사제도 통합을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시켰고 9월 말까지 제도 통합안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올해 안에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겠다는 함 행장의 굳건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전체와 비은행 계열사들의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고 함 행장이 은행을 책임지고 돌보는 현재의 안정적 체제를 가급적 흔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사들에 비해 유독 은행 비중이 높아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함 행장이 은행을 잘 꾸리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안심하고 뛰어들 수 있다는 말도 듣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의 회장 인선 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하나금융지주 경영진들은 외부 충격이 있을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본래의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가는 기조를 보였다"며 "함 행장의 채용비리와 관련한 법적 논란에도 큰 요동없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