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중에는 데뷔 첫 해 놀랄 만한 활약을 펼치다 이듬해 경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이들이 더러 있다. 이른바 '소포모어(sophomore) 징크스'의 전형적 사례다.
이상규 인터파크 대표이사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쇼핑몰인 인터파크의 창업 공신이다. 지난해 구원투수로 등판해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지만 예전같은 실력을 아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는 실적 부진을 벗어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25억 원을 내며 전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 전환을 했고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가 역시 3년 전에는 2만 원대 언저리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7천원 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3월 이 대표가 취임한 뒤로 잠시 오르는가 싶더니 하반기부터 다시 주저앉았다.
앞으로도 썩 전망이 밝지 않다. 쇼핑과 도서, 엔터테인먼트(공연 티켓), 투어(여행) 등 4개 사업부문 모두가 쉽지않은 상황에 처했다.
특히 쇼핑과 도서부문은 수년째 적자 행진 중이다. 지난해 송인서적 지분을 인수하는 등 이 대표가 도서부문 반등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엔터테인먼트부문 역시 경쟁 심화가 계속되고 있고 투어부문은 ‘메타서치’ 서비스 회사들이 급성장하면서 브랜드 매력이 떨어졌다. 메타서치는 여행사들이 들고 있는 항공권 등을 한곳에 모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터파크는 경영진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의미있는 전략 변화를 연내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고군분투를 하고는 있지만 돌파구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는 올해 3월 인터파크 컨소시엄을 꾸려 로또복권 사업자 선정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탈락했다. 인터파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으나 결국 기각됐다.
이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 재진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은산분리 규정’이 여전히 개정될 조짐이 없는 데다 인터넷은행은 취약한 수익성이 약점으로 꼽히는 만큼 인터파크에 추진할 여력이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 시선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파크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를 원망하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구관이 명관인 것이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터넷에 관한 개념조차 생소했던 1996년
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회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온라인쇼핑회사인 인터파크를 설립한 창업 멤버다.
미국의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이 1995년, 이베이가 1997년 문을 연 것을 감안하면 세계적으로도 앞선 시장 개척이었다. 이 대표가 국내 온라인쇼핑사업의 기반을 닦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셈이다.
그는 2005년부터 3년 동안 인터파크 대표를 맡다 물러난 이후 아이마켓코리아 등 주요 계열사와 지주사 인터파크홀딩스 대표를 거쳤다. 인터파크가 2016년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이상 떨어지며 '어닝쇼크'를 보이자 지난해 3월 인터파크로 돌아왔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영 스타일로 잘 알려진 만큼 그의 복귀를 두고 회사 안팎에서는 기대가 높았다.
이 대표는
이기형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인터파크 설립 이듬해인 1997년 도서와 공연 티켓, 1999년 여행상품 판매를 주도해 지금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초에는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터파크에서 `도서 및 화장품 무료 배송'을 시작하면서 인터파크가 쇼핑몰업계 1위에 오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활약에 힘입어 국내 전자상거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터파크는 현재 후발주자인 경쟁사들에게 한참 뒤처져 있다.
2009년 자회사인 G마켓을 글로벌기업 이베이에 매각한 이후로 온라인쇼핑업계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과거 내보낸 G마켓이 업계 1위에 올라섰지만 인터파크는 업계 4위에 머물러 있다.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하면 할 수 있는 게 아직 많다.” 이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다시 오른 마운드에서 '도전의 아이콘'다운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