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 부회장의 향후 거취를 놓고 LG화학이 술렁이고 있다.

28일 LG화학 직원들에 따르면 LG그룹의 경영 승계가 본격화하면서 구 부회장이 이사를 맡고 있는 LG화학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준이 힘 실은 LG화학, 구본준의 선택 숨죽이며 지켜봐

구본준 LG 부회장.


LG그룹은 장자가 경영권을 승계하면 형제나 사촌이 경영에 손을 떼는 원칙이 확고한 만큼 구 부회장 역시 이 관례를 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구 부회장은 LG화학 이사직을 사퇴해 경영에서 손을 떼거나 LG화학 전체 또는 사업의 일부분을 들고 분사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쪽이든 LG화학은 한동안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구 부회장이 LG화학 경영에서 아예 손을 떼게 된다면 신사업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데 속도가 늦어질 수도 있다. 

구 부회장이 2016년 LG화학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자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사업 투자에 힘이 실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봤다. 구 부회장이 2015년 말부터 지주회사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써 그룹의 신성장사업을 총괄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 부회장은 2016년 LG화학과 LG생명과학을 합병해 바이오부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고 LG하우시스로부터 점접착 필름사업부문도 인수하는 등 바이오와 정보전자소재부문을 LG화학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힘썼다.

2016년 LG화학이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던 정보전자소재 및 전지사업부문에서 각각 550억 원, 493억 원 가량의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던 데는 오너일가인 구 부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하지만 구 부회장이 신사업 추진 업무에서 손을 떼고 LG화학의 이사에서도 물러나면 LG화학이 신사업분야에서 추진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구 부회장이 LG화학을 아예 들고 나갈 수도 있다. 그동안 LG그룹은 형제나 사촌들이 계열 분리를 통해 독자적으로 경영체제를 갖춰왔는데 구 부회장은 구 전 LG 회장이 와병 중이던 시기에 LG화학을 이끌어 왔다.

다만 LG화학 매출이 LG그룹 전체의 약 16%를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큰 데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와 자동차 전장사업 등에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만큼 구 부회장이 LG화학을 통째로 들고 나가기란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구 부회장이 관심을 보이며 키워온 바이오부문 등 LG화학의 사업 일부를 들고 나갈 가능성을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LG그룹은 지주사체제로 전환했을 무렵부터 전문경영인을 중심의 체제를 확고히 굳혀왔다”며 “이사회 구성원이 빠져나간다고 해서 신사업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6월 말 임시 주총에서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해 승계 작업을 본격화한다.

구 부회장은 임시 주총이 마무리된 뒤 곧바로 그룹 내 거취를 정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