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짓고 있는 대규모 디스플레이공장에 LCDTV패널 증설 계획을 접고 애플 아이폰용 중소형 올레드를 생산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독주체제를 지키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후발주자로 시장 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홍하이가 애플에 올레드 공급할 수도, 한국 디스플레이에 위협적

▲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


24일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이 100억 달러(약 11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미국 LCD패널 공장 투자 계획이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다.

홍하이그룹은 2016년 인수한 일본 샤프의 기술을 활용해 미국에서 대형 LCD패널을 생산한 뒤 미국 TV 제조사들에 공급할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최근 BOE 등 중국 LCD업체들의 공격적 증설 투자로 전 세계 LCD패널 업황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자 홍하이그룹이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왔다.

하지만 닛케이아시안리뷰는 관계자를 인용해 "홍하이그룹은 계획된 투자를 전혀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TV용 대형 LCD 대신 모바일 패널 생산공장으로 계획을 선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미국에 공장 건설을 확정짓기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났다. 트럼프 정부 정책에 발맞춰 미국 제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대신 적극적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보인다.

홍하이그룹은 이 때문에 공장 증설 효과를 거두기 불투명해진 상황에도 투자를 축소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는 닛케이를 통해 "홍하이그룹이 애플 아이폰용 패널 생산공장으로 계획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공장이 올레드사업 진출에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하이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경쟁사를 뒤따라 중소형 올레드패널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형 올레드에 11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선두업체를 빠르게 추격할 수 있다.

닛케이는 관계자를 인용해 "홍하이그룹은 중소형 올레드패널 개발이 마무리되는 대로 미국에서 대량 양산을 시작할 수 있다"며 "투자 효과를 빠르게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하이그룹은 계열사인 폭스콘을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 대부분을 위탁생산한다. 자회사인 샤프는 이전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LCD패널을 공급해 왔다.

홍하이그룹이 애플과 깊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중소형 올레드시장에 진출하면 단숨에 아이폰용 올레드 핵심 공급업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아이폰X 등 애플 제품에 탑재되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독점 공급사다. 올해 하반기부터 애플의 올레드 아이폰 출시 확대에 맞춰 실적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올레드 신규 공급업체로 진입을 목표로 두고 앞으로 3년 동안 중소형 올레드패널 공장에 10조 원 이상을 들이는 공격적 생산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홍하이가 애플에 올레드 공급할 수도, 한국 디스플레이에 위협적

▲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홍하이그룹이 애플의 차기 올레드 공급업체로 진입할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큰 위협 요인이 생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이 홍하이에서 올레드패널을 공급받으면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쳐 이런 압박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애플은 홍하이그룹의 미국 공장 증설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한편 이전부터 홍하이의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이노룩스와 패널 관련 기술도 공동으로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올레드패널을 공급하기 위해 이미 전용 공장을 증설했는데 공급이 어려워지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홍하이그룹은 저널타임스 등 해외 언론을 통해 "닛케이의 보도는 부정확하며 미국 투자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는 반박을 내놓았지만 모바일용 패널을 양산할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