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코스맥스 화장품 기술력으로 미국에서 성공을 자신하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1994년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고객사를 찾기 위해 화장품회사들에게 1천 통의 엽서를 보냈다. 당시 창업의 길에 나선지 2년째였지만 이 회장은 고객사를 단 한 군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답장은 한 곳에서만 왔다. 나드리화장품에 납품한 '이노센트 트윈케이크'가 코스맥스의 첫 제품이다.

지금은 세계 인구 11명 가운데 1명이 코스맥스 화장품을 쓴다. 상전벽해같은 변화지만 이 회장은 더 변화를 원한다.  그의 눈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품시장인 미국을 향해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인 코스맥스는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올해 전체 매출에서 중국 현지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40%, 미국 매출이 15%를 차지해 해외 매출이 50%를 웃돌 것”이라며 “직접, 간접적 수출까지 포함하면 해외사업 비중이 70%를 상회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3.2%나 줄었다. 중국에서 사드보복으로 고전한데다 미국 화장품 제조업체인 누월드를 560억 원에 인수한 영향도 컸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사업에는 때가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제조업체는 공장을 통해 생산량을 확보해야 매출도 나오는 만큼 투자할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유행을 주도하는 한국과 빠르게 크고 있는 중국, 그리고 이미 거대한 시장인 미국을 연결하는 ‘삼각벨트’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코스맥스 주력 시장이 지금까지 중국이었다면 이제는 미국이어야 한다고 이 회장은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코스맥스는 이미 미국 오하이오 공장을 두고 있었는데 기존 공장은 기초 화장품, 이번에 인수한 누월드 공장은 색조 화장품 위주로 이원화해 운영한다. 이 회장은 3년 안에 매출 3천억 원 이상을 달성해 미국시장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장은 중국시장에 투자할 때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의 성공을 일궈냈다.

2004년 한국 화장품 제조사로는 최초로 중국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매출은 3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 때 중국은 화장품 수요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이 회장을 만류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 여성들이 화장에 눈을 돌릴 것이고 그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예상은 적중했고 중국법인인 코스맥스차이나는 설립 이후 13년 동안 매출이 연평균 40% 이상씩 급성장했다.

이 회장은 원래 46세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웅제약에서 40대 초반 전무까지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는데 1992년 돌연 사표를 던졌다. 이후 26년 동안 화장품 제조분야에서 한우물을 팠다.  

회사를 관두고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일본과 유럽을 여행했다고 한다. 이 때 화장품시장에서 생산과 판매가 분리돼 있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도 화장품시장이 커지면 생산기술이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1992년 일본 2위 화장품 제조업체 미로토와 협약을 맺고 한국미로토를 세웠다. 하지만 생산도 해보지 못하고 2년 만에 미로토와 결별했다

그가 연구소장을 영입하는 등 자체 기술력을 쌓으려고 하자 미로토가 왜 외부인을 영입하고 연구소를 세우냐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사업이 이륙하려면 미로토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이 회장은 결국 미로토와 관계를 끊고 회사이름을 코스맥스로 바꿨다. 제조기업의 생명은 기술력과 품질인데 자체 기술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코스맥스는 전 세계의 화장품 제조기업 가운데 연구개발(R&D) 능력 만큼은 최상위급으로 꼽힌다. 국내 인력 900여 명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만 300여 명에 이른다. 이 회장이 꼽는 회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나드리 화장품에 트윈케익을 처음 납품한 때부터 벌어들인 돈으로 계속 공장을 짓고 연구인력을 보강했다.

코스맥스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세계 1위 화장품회사 로레알그룹과의 인연은 2002년 뜻밖에 찾아왔다. 홍콩 화장품 박람회에서 이 회장과 우연히 만난 로레알그룹 관계자가 코스맥스 제품을 보고 관심을 보인 것이다.

기회는 우연했지만 신뢰는 기술로 쌓았다. 코스맥스는 2년 동안 로레알그룹의 기술력 검증을 거쳐  2004년 말 마침내 공급계약을 맺었다. 지금은 랑콤과 슈에무라, 이브생로랑 등 로레알그룹의 대표 브랜드 화장품을 코스맥스에서 제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코스맥스의 미국 공략을 놓고도 기술력을 앞세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세계 1위의 화장품 시장이지만 독점적 지위를 가진 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이 없고 연구개발 능력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인수한 누월드 공장에 코스맥스의 기술력으로 만든 혁신적 신상품들을 지원하면 외형 성장을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