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기업 ZTE의 회생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로 기업들을 상대로 내놓았던 견제 조치도 제거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완전히 무산될 위기에 놓였던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 참여 문제도 막판에 극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정부는 현재 수입품 관세 인하 등 무역 제재조치 완화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함께 ZTE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한 데 뒤이은 움직임이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업체 ZTE가 규제를 어기고 이란에 통신장비를 수출했다는 이유로 미국 업체의 부품과 기술을 사용하지 못 하도록 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주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협상카드로 쓰기 위해 ZTE에 대한 무역 보복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국이 ZTE 제재 수위를 낮추는 대가로 미국산 농산물에 부과하기로 했던 높은 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먹힌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이와 함께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미국 퀄컴의 자동차반도체기업 NXP 인수 승인 작업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며 미국 업체가 다른 국가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 독점금지규제 심사에서 승인을 고의로 늦추는 방식으로 어깃장을 놓아 왔다.
중국 당국이 미국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의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 승인을 예상보다 반년 가까이 늦추고 있는 점도 미국 정부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지목됐다.
중국 정부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 심사를 놓고 승인의 최종 마감을 5월 말로 정해놓았다. 중국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며 도시바 반도체 인수 승인을 마지막 협상카드로 내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시바는 마감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매각 철회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도 "베인캐피털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가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 한가운데 놓였다"며 "중국 정부가 승인을 하지 않아 인수가 결국 무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약 4조 원을 들여 도시바 반도체 지분 일부를 인수한 뒤 반도체사업에서 다양한 협력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만큼 상황의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에 회의적인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데다 마감 시한도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아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투자분석가 짐 크레이머는 증권분석지 더스트리트를 통해 "중국과 미국의 관계 개선은 반도체업계의 인수합병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며 "본격적 게임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