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득규 중국삼성 사장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의 중국사업 재건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현지업체들에 밀려 스마트폰과 TV 점유율 확보에 고전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사업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오늘Who] 황득규, 중국에서 삼성 사업 재건의 '특명' 무겁다

▲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이끌고 중국 출장길에 올라 화웨이와 샤오미, BYD 등 주요 고객사 경영진을 직접 만나며 중국사업 반등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 부회장은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샤오미 매장을 찾아 삼성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바닥 민심'까지 살폈다.

삼성의 중국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지휘하는 황득규 사장으로서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중국삼성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들의 중국 판매법인과 생산법인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의 중국 사업에서 사실상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

황 사장은 과거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 공장 구축을 주도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중국삼성 사장에 올랐다.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사업의 총괄이 교체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SA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에 1% 아래로 추락했다. TV시장 점유율도 10% 이하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과 TV시장 점유율을 20% 이상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모가 큰 중국시장에서의 고전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지난해부터 중국 스마트폰과 TV 유통조직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작업에 나섰다. 황 사장이 중국삼성 대표에 오른 것도 이런 흐름 가운데서 이뤄졌다.

황 사장 앞에 주어진 과제는 녹록치 않다. 사드 보복 여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 삼성 계열사의 주요 사업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한국 반도체기업과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공급 가격 협상에도 개입해 삼성전자의 수익성 확보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전자 계열사도 최근 중국 정부의 견제와 경쟁 심화 등의 영향으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 사장이 이 부회장과 함께 중국 자동차 및 전자업계 최고경영진과 사업 협력을 논의한 만큼 이런 난관을 극복할 만한 해법이 어느 정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에 8조 원 정도를 들이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 증설계획도 내놓았다. 이는 중국 정부와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삼성의 중국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이를 실제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은 결국 황 사장의 몫이다.

황 사장은 4월 중순에 중국이 개최한 한국과 중국 협력 세미나에 참석해 중국이 삼성과 같이 글로벌사업 경험이 많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월에는 중국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한중 경제장관회의 간담회 자리에서 사드보복과 관련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삼성의 민간 외교관 역할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황 사장은 지난해 말 중국삼성이 주최한 전국과학경진대회에 참석해 "삼성이 중국인들에 사랑받는 기업,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