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주가 일제히 급등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돼 있다.
반면 바이오기업들의 주가는 맥을 못 췄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바이오기업들의 주가도 소폭 하락했고 코스닥에서도 대부분의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필룩스, 신라젠, 네이처셀, 파미셀, 에스맥, 차바이오텍 등 그동안 바이오주 열풍을 이끌었던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인스코비, 컨버즈, 삼일제약 등은 코스피 주가 하락률 순위 1위부터 3위까지를 차지했다.
남북 경협주가 크게 오르고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맥을 못 춘 배경으로 투자자들이 바이오기업 주식을 대거 팔고 남북 경협주를 샀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투자자들은 최근 불거진 바이오주 거품 논란을 통해 바이오주 투자에 불안감을 품고 있었는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경협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가시화되자 투자 포트폴리오를 대거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경협 관련 건설, 철강금속, 전기가스, 섬유의복, 종이목재 등 5대 업종이 시장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바이오주, 남북경협주 열풍으로 관심 멀어지나
그동안 바이오주 열풍을 놓고 거품이냐 아니냐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머니게임으로 돌변한 시장의 흐름은 현재 시장 건전성이 심하게 훼손된 ‘바이오 버블’이고 버블이 붕괴되면 고통이 크고 사회적 논란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바이오주 거품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중에 늘어난 유동성이 근본 배경이라고 지적해왔다.
증시 활황을 맛 본 사람들이 대거 돈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바이오업종에 투기성으로 돈이 몰렸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2482만716개로 지난해초 2309만7640개보다 무려 172만3076(7.45%)나 늘어났다.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도 급격히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는 올해 초 10조 원을 넘어섰고 최근 12조 원까지 늘어나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특히 바이오기업들이 즐비한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는 코스피보다 1조 원 이상 많았다.
이 때문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주 열풍이 바이오주 열풍을 대신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데다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간 정상회담 일정이 빡빡하기에 관련 소식에 따라 수혜주가 춤을 출 것이고 이에 따라 바이오주는 시장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한지영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6월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거쳐 대북제재 해제, 비핵화 구체화, 종전 현실화 등이 결정될 것”이라며 “그 전까지 남북경협 관련 업종들은 실적에 기반하지 않고 테마성격으로 주가가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