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조선산업 견제에 나섰다.
한국 정부가 조선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내놓은 각종 지원책이 공정무역을 해쳐 결과적으로 일본 조선사들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일본 정부는 본다.
▲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26일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며 "일본 조선사들이 제소 절차에 들어가면 소요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일본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조선사는 우리 정부의 조선산업 지원책에 큰 불만을 품고 있다.
한국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조선산업 회생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한국 정부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5개 조선사가 적자를 보는 가격에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올해까지는 금융권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해양수산부는 국적선사가 앞으로 3년 동안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포함해 컨테이너선 60척 이상, 벌크선 140척 이상을 발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정책이 WTO 규정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아 회생의 기회를 잡은 점을 놓고도 비슷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한국 조선사가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저가 수주에 나서면서 전 세계 조선사의 선가 상승을 막고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시각이다.
트레이드윈즈는 일본 정부가 현재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조선산업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와 일본 조선사는 전 세계 조선시장 주도권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던 2000년대 이후부터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정책을 놓고 문제를 삼아왔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 법률 검토에 착수하는 등 구체적 행동을 염두에 둔 실무적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정부가 WTO에 한국정부를 제소하더라도 적어도 2년 정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국 조선사가 당장 직접적 타격을 입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조선업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데다 선가도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서 일본 정부의 견제는 한국 조선사의 수주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제소가 이뤄져 WTO가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 한국 정부는 선수금환급보증 발급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다. 국적선사를 중심으로 선박 발주를 지원하는 데도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선수금환급보증 발급기준이 높아지면 안정적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선박 입찰가를 높게 적어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조선사가 값싼 인건비를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 조선사는 수주전에서 계속 밀릴 수 있다고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초대형 원유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은 똑같은 사양의 배를 반복건조해서 설계비용을 아껴야만 이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선가가 낮다.
선수급환급보증 발급기준이 높아지면 한국 조선사는 이런 선박을 수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