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 업황 변화에 강한 사업체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대규모 투자와 중국의 반도체사업 진출 시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여러 변수가 등장하며 글로벌 반도체업계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 전략을 발표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반도체시장에서 진정한 강자로 거듭나려면 차별적 기술을 갖춰내야 한다"며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성과가 이어지고 있으며 선두업체와 기술격차도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올해 SK하이닉스의 핵심과제로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기반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내걸었다. 연구개발에 들이는 투자금액도 늘고 있다.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에 들어간 비용은 약 2조5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 약 2조1천억 원, 2015년 2조 원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당장 올해부터 지속 성장을 낙관하기 어려운 처지다.
올해 메모리반도체업황에 여러 개의 중요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넉넉한 수준의 생산능력을 미리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언제 얼마만큼의 증설 투자가 실제로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원가 경쟁력이 크게 앞서 있다. 대규모 투자로 출하량을 늘린다면 SK하이닉스 등 원가 절감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업체의 실적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물량공세를 벌이는 전략으로 시장 판도를 주도하며 경쟁사의 사업 확대 의지를 꺾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반도체 수출국가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며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의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대량 양산을 시작해 업황 악화를 주도할 가능성도 증권가에서 유력하게 제기된다. 반도체 업황 변화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 SK하이닉스의 72단 3D낸드 기반 서버용 SSD. |
박 부회장이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은 이런 위기상황에서 업황 변동에 따른 타격을 최대한 방어할 사업체질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원가를 절감하는 D램 미세공정과 3D낸드 기술 등에 충분한 성과를 내면 삼성전자나 중국 반도체기업이 공급 과잉을 주도할 때도 수익성을 효과적으로 지켜낼 수 있다.
차세대 D램과 3D낸드 기반 SSD 등 고성능 반도체 출시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대응책으로 꼽힌다. 수익성이 높고 경쟁사가 적어 공급 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고사양 반도체로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 등 변수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사와 기술격차를 벌리는 전략으로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과거 메모리반도체 경쟁요소는 투자와 생산능력이었지만 최근에는 앞선 기술력 확보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시장의 요구에 맞춰 적기에 핵심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