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얼마전 ‘직원 사기진작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직원들 월급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회사 명성이 추락하면서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이 사실상 연임을 확정하면서 가장 먼저 직원들의 열정을 되살리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이사회는 20일 정 사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5월29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이 가결되고 한 번 더 이사회를 거치면 정 사장이 앞으로 3년 동안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더 맡게 된다.
정 사장이 이번에 연임하게 되면 대우조선해양 최장수 CEO가 된다. 그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2015년 5월부터 2021년까지 햇수로만 12년 동안 대표이사를 맡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상황은 물론 직원들의 마음까지도 꿰뚫을 수 있는 경력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직원 사기진작 프로젝트는 대우조선해양의 재도약을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이었을 것으로 주위에서는 보고 있다.
정 사장은 태스크포스팀을 통해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대리급, 과장급 등 직급별로 직원들을 불러 자주 식사를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동료들과 서로 위로하며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도록 워크숍 비용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정 사장은 주위 직원들에게 “사람을 자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직원을 내보내면 사기가 너무 떨어져 오히려 업무효율이 떨어진다”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그동안 정 사장에게 감원 규모를 확대하라고 요구했지만 정 사장은 인력 감원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버텼다고 한다.
정 사장은 연봉 전액을 1년 넘게 반납해가면서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 6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노조도 정 사장의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노조는 그동안 외부 출신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면서 정 사장의 연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 사장의 앞길에는 여전히 타고 넘어야 할 높은 파도가 일렁거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 2월 말 기준으로 자구계획안 이행률을 47.4% 달성했다.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안 이행완료 시점이 2020년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2년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조선업황이 좋지 않은 터라 흑자기조를 굳히고 수주목표를 달성해야하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
후판 등 선박용 철강재 가격은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 등 해외 조선사는 한국 조선사의 수주텃밭이었던 LNG운반선이나 해양플랜트까지 넘보고 있다.
정 사장은 2015년 ‘구원투수’로서 대우조선해양에 돌아왔다. 하지만 새 임기를 앞둔 정 사장 앞에 놓인 과제는 더 무겁다. 대우조선해양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도록 해야 하는 임무가 그에게 주어졌다.
정 사장은 그 첫걸음이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고 보는 듯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