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롯데면세점의 포기로 재입찰을 진행하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을 놓고 최저 입찰금액을 큰 폭으로 줄이면서 국내 면세점사업자 대부분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에서 특히 호텔신라와 신세계DF가 주목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재입찰에서 호텔신라와 신세계 대결구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부동의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주춤한 사이 2위와 3위인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가장 공격적으로 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7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가장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기존에 공항면세점을 운영하다가 중도에 계약을 해지했으면 감점을 주기로 했다.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은 제1여객터미널 철수로 감점을 피할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최종 철수를 결정하기까지 과정도 험난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2016년 김해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역시 올해 2월 말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에서 발을 뺐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항면세점을 운영한 사업자 가운데 신라면세점만 철수한 경험이 없다”며 “특히 신세계면세점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나 롯데면세점처럼 사드보복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발을 뺐던 만큼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신라면세점이 가장 먼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임대료 인하안을 받아들인 점 역시 앞으로 신라면세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등 대기업 면세점사업자와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사업자들이 지난해부터 임대료 인하를 놓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장기간 갈등을 이어왔지만 최근 신라면세점이 가장 먼저 공사가 제시한 인하안을 수용했다.

그 뒤 신세계면세점, 중소중견기업면세점이 줄줄이 공사 측의 인하안을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오던 신라면세점이 갑작스럽게 공사의 인하안을 받아들인 점을 놓고 면세점업계에서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신라면세점이 입찰을 앞두고 있어 공사와 굳이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려 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돈다.

이번 입찰 결과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대결구도다. 두 면세점은 사촌 사이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부진 사장이 정유경 총괄사장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입찰 대상인 면세점구역에서 나오는 매출만 1조 원에 이르는 만큼 국내 면세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지난해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을 합쳐 매출 6조 원가량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1억 원이 신라면세점으로 가면 업계 1위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국내에서 3조449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에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롯데면세점이 반납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기존 3개였던 사업권을 2개로 줄였고 중복낙찰을 허용했다. 또 20일로 예정된 설명회에 반드시 참석하지 않아도 되며 현재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아직까지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현대백화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 입찰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 품목을 판매하는 탑승동과 향수와 화장품구역을 통합한 DF1, 패션 및 잡화 판매구역인 DF5의 최저 입찰가격은 각각 1601억 원과 406억 원으로 2015년 입찰 때보다 30%, 48% 낮다.

임대료 방식도 기존보다 면세점사업자에게 유리해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일 사업설명회를 열고 5월24일 최종 입찰제안서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