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고객사를 다양화한 덕에 경쟁력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에 유리한 데다 사업 위험도도 낮출 수 있다.
 
테슬라 전기차 발화사고로 LG화학 삼성SDI의 배터리 경쟁력 부각

▲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부사장(왼쪽)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


2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X’ 발화 사고 이후 일본 파나소닉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9일 파나소닉 주가는 사고가 발생한 23일 이후 6%가량 떨어진 1503.5엔에 장을 마쳤다.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 101호에서 모델X 운전자가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차량이 폭발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모델X에 탑재된 파나소닉의 배터리가 발화의 원인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파나소닉 주가가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합작해 미국 네바다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까지 세울 정도로 테슬라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더욱이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어 파나소닉의 테슬라 의존도는 매우 큰 편이다.

파나소닉이 생산하는 배터리 대부분이 원통형 제품에 쏠려 있는 만큼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완성차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어렵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다양한 세계적 완성차회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해놓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경쟁력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최대 고객사 GM 외에도 포드,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 주로 유럽 완성차회사를 위주로 고객사로 확보해뒀다.

테슬라와 달리 GM이나 폴크스바겐, BMW 등은 자동차 설계에서 오랜 경험을 구축한 만큼 안정성 문제을 일으킬 여지가 적다는 시각도 있다.

테슬라는 다른 완성차회사와 달리 전기차의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를 최대한 자동차 아래쪽에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오기 어려워 발화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에도 여러 고객사를 확보하는 점이 유리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모두 30만6천 대 정도에 그쳤다.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일본 닛산의 전기차 판매량도 5만 대가 채 안 되는 만큼 완성차회사 한 곳만을 고객사로 확보한다면 전기차 배터리 생산규모를 크게 늘리기 어렵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서 변동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며 “반면 배터리 생산량을 늘려갈수록 감가상각비, 공장 가동비용,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줄어들 여지가 있어 규모의 경제 실현이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필수요건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파악했다.

최근 세계적 완성차회사 폴크스바겐은 2020년까지 배터리셀 공급가격을 100달러(한화 약 10만 원) 이하로 잡는 등 완성차회사들의 배터리 가격 인하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강 연구원은 “폴크스바겐 등 완성차회사들은 향후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데다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가격을 최대한 낮추려고 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