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을 통해 주주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 목소리 내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되면 더 강력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경제개혁연대는 23일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노조 측에서 제안한 ‘권순원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을 반대한 점을 놓고 “일관성 없는 의결권 행사”며 “국민연금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3일 열린 KB금융지주 주총에서 KB국민은행 노조 등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권순원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은 4.23%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쳐 부결됐다.

KB금융지주는 2017년 11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찬성하면서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21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이번 주총에서 관련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2017년 3분기 기준으로 지분 9.79%를 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이처럼 국민연금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경영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안건에 찬성했더라도 가결은 쉽지 않았겠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을 수 있었다.

국민연금이 일관된 원칙으로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면 한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문화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현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기업은 90여 개, 5% 이상을 들고 있는 상장기업은 19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7년 3분기 기준 삼성전자 9.71%, 현대자동차 8.12%, SK텔레콤 9.02%, LG전자 8.65%, 롯데쇼핑 6.07%, 포스코 11.31% 등 국내 상위 대기업 계열사의 지분을 대부분 5% 이상 들고 있다.

국민연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KB금융지주뿐 아니라 최근 삼성물산 주총에서 최치훈 대표이사의 선임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지는 등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본격화하면 이런 기조가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주총에서 더욱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열린 2018년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시기를 7월로 제시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위탁자금과 관련한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명시한 지침으로 적극적 의결권 행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국민연금이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맏형 역할을 하는 만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등 국내 다른 기관투자자의 도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