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 '퀀텀닷 TV' 시장에서 한판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퀀텀닷 TV는 전류를 받으면 스스로 빛을 내는 퀀텀(양자)을 주입한 반도체 결정을 필름의 형태로 디스플레이에 부착해 만든 것이다.
퀀텀닷 TV는 명암비, 시야각, 응답속도 등은 기존 LCD TV와 같지만 색 재현력은 OLED 수준으로 높인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퀀텀닷 TV가 첫선을 보이는 내년에 출하량이 196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 LG전자, OLED-퀀텀닷 투트랙 전략으로 가나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퀀텀닷(양자점) TV를 선보인다.
LG전자는 세계 주요 TV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OLED TV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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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봉석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부사장) |
LG전자가 OLED TV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LCD TV의 대항마가 되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아직까지 OLED TV 패널의 수율(원재료 투입량 대비 완제품 생산 비율)은 LCD TV 패널의 70%~80% 수준에 불과하다.
또 LCD TV가 초고화질(UHD) TV와 곡면(커브드) TV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 성능차가 줄어 가격이 비싼 OLED TV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글로벌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차세대 TV인 퀀텀닷 TV 시장에 발빠르게 뛰어들었다.
소니는 지난해 ‘트라이루미너스 디스플레이’라는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TV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풀HD(1920×1080)로 확대한 제품을 내놓았다.
중국업체들도 퀀텀닷 TV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는 지난 9월 IFA 2014에서 퀀텀닷 TV를 공개했다. 스카이워스와 콩카 등 중국의 TV제조 업체들도 퀀텀닷 TV 출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중국이나 일본업체들이 잇따라 퀀텀닷 TV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입장이다.
LG전자는 퀀텀닷 TV의 경우 생산공정이 LCD TV와 별 차이가 없어 설비투자에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 시장도 함께 노리려고 한다.
LG전자는 비카드뮴계 퀀텀닷을 적용해 환경오염 우려를 줄인 점을 내세워 중국과 일본업체들의 제품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0월 “퀀텀닷과 OLED를 병행하고 있다”며 내년 TV시장에서 투트랙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 삼성전자, OLED TV 제쳐두고 퀀텀닷 TV 출시하는 이유
삼성전자도 내년 1월 CES에서 퀀텀닷 TV를 공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OLED TV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 왔다.
OLED TV가 좋은 기기임에 분명하지만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 대중화까지 3~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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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TV사업담당 부사장은 “OLED TV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내년에도 OLED TV를 출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서로 크기와 성능이 같은 LCD TV와 OLED TV가 있는데 OLED TV가 더 비싸다면 고객들이 사겠느냐”며 “OLED TV 출시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OLED TV에 소극적 자세를 취한 반면 퀀텀닷 TV 시장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0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퀀텀닷 TV에 대해 "오래 전부터 검토중이었다"며 "시장상황을 보고 제품출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7월 한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퀀텀닷 TV로 추정되는 삼성큐닷(QDOT) TV라는 상표명을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패널 양산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OLED TV 자체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는 만큼 삼성전자가 굳이 출시를 서두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퀀텀닷 TV의 경우 색 재현율에서 OLED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도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이 없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최근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는 양자점 소재가 만들어져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게 된 점도 매력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퀀텀닷 TV가 OLED TV보다 현실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