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이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인고의 시간을 견딜 태세를 갖추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수주 회복을 통한 실적 증가가 절실한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원전사업에서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원전 해체사업이나 신재생에너지사업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은 인력을 재배치하고 재무구조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면서 시간을 버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김명우 관리부문장 사장과 최형희 재무관리부문장 부사장이 정기주주총회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되면 이사회에서 두 사람이 모두 대표이사에 오를 수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김 사장과 최 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들로부터 승인받기로 했다.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박 회장이 김 사장과 최 부사장을 앞세운 것은 두산중공업 경영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앞날이 그렇게 밝지 않다. 수익성 좋은 원전사업을 국내에서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운데다 재생에너지사업에서 성장동력을 당장 찾기에도 힘든 상황에 몰려있다.
재무상황도 썩 좋지 않다. 두산중공업은 2017년 말 연결기준으로 순차입금 9조371억 원, 부채비율이 280%에 이른다.
박 회장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전까지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보고 경영진을 새로 꾸렸다고 볼 수 있다.
▲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왼쪽)과 최형희 두산중공업 부사장. |
김 사장은 두산의 전략기획본부 출신인데 두산중공업 인력개발팀과 두산중공업 사장실 HR·PR, 두산중공업 관리부문장 등을 지냈다. 특히 인력관리에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이 인력관리 등에 강점을 지녔다는 점에서 이번에 몰러나는 정지택 부회장과는 다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10년 가까이 두산중공업에 몸 담으며 박 회장과 영업활동 등에 힘을 쏟았지만 김 사장은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전반적으로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수도 있다.
최 부사장이 최고재무책임자로 8년 만에 두산중공업에 돌아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0년 최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로서 사내이사에 선임한 이래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고재무책임자를 등기임원에 올리지 않았다.
최 부사장은 두산그룹 내 최고의 재무관리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부사장은 2015년 9월 두산인프라코어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는데 1년 만에 부채비율을 70%포인트 개선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대표이사 신규선 임이나 이사회 일정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김 사장과 최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