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을 많이 끼고 사는 것은 자제해야 할 일이나 비싼 전셋집에 사는 분들은 불편하더라도 작은 내 집부터 마련하거나 청약통장을 활용해 아파트를 서둘러 분양받는 것이 현명하다.
더블역세권이면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영등포를 주도하는 당산동의 2018년 1월 말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은 3.3㎡ 당 1950만 원이다(KB국민은행 시세 기준).
이 지역 ‘블루칩’은 오랫동안 삼성래미안 아파트였으나 2014년 계룡리슈빌 아파트가 입주한 이래로 중대형은 삼성래미안이, 소형은 계룡리슈빌이 주도하는 형국이 됐다.
현재 이 지역 소형 블루칩인 계룡리슈빌의 20평형은 4억7750만 원으로 3.3㎡ 당 2400여만 원이나 한다. 삼성래미안 109㎡의 시세는 8억2000만 원으로 3.3㎡ 당 2480여만 원이다.
서초동의 방배래미안1차 105㎡의 값이 8억9000만 원이므로 강남의 웬만한 아파트와 맞먹는 셈이다.
당산동이 강남과 견줄 대상이 되지 못함에도 삼성래미안의 집값이 강남 수준에 근접한 것은 순전히 이 아파트의 가치 때문이다. 삼성래미안(1391가구)은 입주(2004년 1월)와 동시에 지역 주택시장에서 지존의 자리에 올랐고,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꾸준해 가격이 어지간해서는 떨어지는 법이 없다.
당산동에서는 계룡리슈빌 외에 현대5차아파트도 블루칩 대열에 낄 만하다.
강남맨션을 재건축한 삼성래미안은 전 동이 피로티 구조이며 지상에 장애인 주차장 몇 곳을 제외하고 전체가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도록 돼 있다. 사람과 차의 진입로를 달리했고 조경이 우수해 대단위 단지임에도 잘 정돈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단지 내에 울창한 나무들이 자리한 공원을 비롯 분수대와 정자시설 등 주민휴식시설이 곳곳에 설치돼 있고, 게이트볼장, 테니스장, 농구장, 경로당 등 주민편의시설도 다양하다. 블루칩 아파트의 요건인 교육, 교통,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아파트에도 주식처럼 블루칩이 있다. 뛰어난 입지와 교육환경, 수준 높은 주민커뮤니티, 최첨단 주거시설 등을 두루 갖춘 게 공통적 특징이다.
또한 거의 모두 500세 이상 대단지이며 평지의 '잘 생긴 땅'에 지어져 있다. 그래서 집값이 오를 때 가장 먼저 오르고 상승폭도 제일 크다. 집값 하락기에도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 매물도 귀한 편이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아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부동산 재테크의 유력한 방법으로 각광받았지만 몇 년 전부터 똘똘한 집 한 채, 즉 블루칩 아파트 보유 여부가 재테크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차별화된 고급 아파트단지가 출현해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인정받는 시대가 된 탓도 크지만 보유세 및 양도세 부담의 증가와 주택 경기 불투명으로 '사두기만 하면 오른다'는 주택 불패신화가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 블루칩 아파트는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때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전하다. 또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에 환금성이 높다.
삼성래미안 109㎡는 최근 5년 동안 집값 상승률이 26.15%였다. 2013년 2월 평균가격이 6억2000만 원이었으나 2018년 1월 현재 8억2000만 원으로 올랐다. 이 아파트의 집값 상승률은 당산동의 평균상승률을 훨씬 웃돈다.
이 아파트들은 최첨단 설계와 고급 내장재, 친환경주거환경과 다양한 편의시설로 전통적 강호를 제치고 새롭게 블루칩 아파트로 급부상한 신흥 주거단지들이다.
그러나 용산구 이촌동의 한강맨션과 압구정동 현대와 한양아파트를 비롯 반포동 반포1단지,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잠실 주공5단지, 오륜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아파트,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현대,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공작, 광장, 미성, 삼부, 시범, 서울아파트 등은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여전히 블루칩 단지로서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들이 향후 재건축된다면 블루칩 아파트로서 위용은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다.
2007년 3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1177가구)의 입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부동산을 잘 아는 사람들은 지역 내 대표 단지가 바뀌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스타시티는 주변 집값까지 끌어올리면서 능동로 일대를 강북권 신흥 주거지로 발돋움하게 한 주역이 됐다. 이 아파트 매매가는 광진구 일대 아파트들보다 3.3㎡당 평균 70% 이상 비싸다.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의 환승역인 공덕역에서 걸어서 3분 걸리는 마포구 공덕동 삼성래미안3차도 2004년 8월 입주 이후 주변 집값 상승을 선도하면서 대표 브랜드가 됐다. 이 단지는 이후 14년 동안 다른 새 아파트들의 거센 도전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블루칩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이 단지 105㎡는 2018년 1월 KB시세로 8억6000만 원(3.3㎡ 당 2700만 원)으로 공덕동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3.3㎡당 2429만 원)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05년 11월 대로변 건너편에 입주한 삼성래미안4차 역시 같은 블루칩 아파트로 3차보다 약간 낮은 시세를 형성하면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블루칩 아파트는 그 지역을 선도하기 때문에 중개업소에 문의하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키 순서로 줄을 세우듯이 어떤 지역, 어떤 동네에 가면 아파트 단지들이 서열 순으로 정렬돼 있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정해져 있는 순서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합리적이다. 따라서 어떤 지역의 아파트를 살 때는 가급적 블루칩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내 집 마련 재테크의 첫걸음이다.
블루칩 아파트의 흠이라면 비싸다는 점이다. 때문에 좋은 것을 알면서도 구입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또한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대기수요가 많아 웃돈을 주고 구입하려고 해도 매물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블루칩 아파트를 구입하고 싶으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부동산 경기는 항상 좋을 수도 없고 항상 나쁠 수도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반드시 올라간다. 2018년 1월은 부동산이 계속 오르는 시기의 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부터 올랐던 부동산 경기는 어느 순간 내려가는 일만 남지 않았을까.
장인석은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사에 공채로 입사해 15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퇴사 후 재건축 투자로 부동산에 입문, 투자와 개발을 병행하면서 칼럼 집필과 강의, 상담, 저술 등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2009년 7월부터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를 차려 착한투자를 위한 계몽에 열심이다. 네이버에 ‘착한부동산투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동산투자 성공방정식', '불황에도 성공하는 부동산 투자전략', '재건축, 이게 답이다', '돈 나오지 않는 부동산 모두 버려라', '부자들만 아는 부동산 아이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