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나폴레옹을 닮고 싶어 했다. 세계에서 민간이 소유한 나폴레옹 모자 2개 가운데 1개를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김 회장은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앞세워 하림그룹을 재계 30위권으로 올려놓았다.
 
[오늘Who] 김홍국, 하림 고속성장의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올까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하지만 그 대가가 만만치 않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공정거래위의 공세 속에서 하림그룹을 재계 30위권의 위상에 걸맞은 지배구조로 바꾸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하림그룹은 지난해부터 김상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뒤 공정위 현장조사만 일곱 번 받았다.

일감 몰아주기를 뿌리 뽑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도 분명하다.

공정위가 하림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기간에 재벌의 반열에 오를 정도도 몸집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규모 10조5천억 원, 국내외 75개 계열사를 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림그룹은 김홍국 회장이 장남 김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장남 김준영씨에게 계열사 올품의 주식 100%를 증여한 뒤 지배구조를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재편하는 방식으로 김씨를 그룹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의 실질적 최대주주(44.6%)로 만들었다.

김준영씨는 26세에 하림그룹 지배권을 사실상 확보했지만 그동안 낸 세금은 증여세 100억 원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증여세 규모가 너무 작다는 비난을 놓고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된 오해”라며 억울하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증여 시점에 하림그룹 자산이 3조5천억 원대였고 증여세 역시 당시 자산규모에 맞게 냈는데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비판하는 건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런 항변에도 하림그룹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김 회장이 그룹을 김준영씨에게 물려주며 세금을 거의 안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썸벧판매가 당시 작은 회사였고 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작은 계열사 하나를 아들에게 물려준 뒤 그룹 차원의 지원을 통해 회사를 빠르게 키우고 그 계열사를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르게 하는 건 과거 국내 재벌들이 흔히 보였던 행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재벌기업들을 보는 사회적 눈높이가 높아지고 감시의 시선도 엄격해진 상황에서 김홍국 회장처럼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일이 과연 통할지는 미지수다.

김 회장이 이번 공정위의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따라 하림그룹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상이 달라졌다”며 “김 회장이 억울하다며 상황을 넘기기에 급급하다면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편법승계 논란이 김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본격적으로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을 시작했다.

최근 전북 익산에 4천억 원을 투자해 종합식품단지인 ‘하림푸드콤플렉스’를 조성한다. 2월 말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건립에 들어갔으며 2019년 말 완공을 목표로 삼았다.

전북 익산은 김 회장의 고향이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한 셈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공교롭게도 하림푸드콤플렉스를 추진하는 하림식품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림그룹을 두고 일감 몰아주기, 담합 등으로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