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겸 창의성 총괄 책임자(CCO).
지난해 초만 해도 JYP엔터테인먼트는 ‘연예기획사 빅3’에서 빠져야 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는데 이제는 업계 1위인 SM엔터테인먼트를 위협하고 있다.
25년째 현역 가수인 박 CCO의 현장감각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JYP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이후 처음으로 SM엔터테인먼트를 시총에서 제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CCO는 최근 사옥을 옮기면서 JYP엔터테인먼트에 모든 직원을 위한 유기농 식당을 차렸다. 그는 “소속 가수들이나 직원들이 편의점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 게 너무 고통이었다”며 “돈 벌면 하고 싶었던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
돈을 벌긴 많이 벌었다고 할 수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2년 만에 매출이 2배, 영업이익은 4.6배 늘었다.
시가총액 역시 6059억 원으로 1년 동안 3배가 넘게 뛰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SM엔터테인먼트보다 4천억 원 가까이 적었는데 지금은 2천억 원 수준으로 격차를 좁혔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미 2위에서 밀어냈다.
앞으로는 JYP엔터테인먼트 시총이 1조 원을 넘어서 1조5천억 원까지도 오를 수도 있다고 증권업계는 바라본다. 보여줄 잠재력이 더 남았다는 것이다.
특히 사세를 키운 1등공신인 걸그룹 '트와이스'는 안정적 캐쉬카우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내놓은 신곡 ‘하트 셰이커’로 1개월 넘게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10위권에 머무르며 7연속 히트에 성공했고 일본에서도 7일 발매한 두 번째 싱글 ‘캔디팝’이 2주 만에 출고량 40만 장을 넘겼다.
트와이스가 데뷔한 지 만 3년이 채 안된 점을 감안하면 계약이 끝나는 2022년까지 최소 5년 동안은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데뷔를 앞둔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 역시 최근 미국 빌보드가 선정한 ‘2018년 주목할 K팝 아티스트 톱5’에서 1위에 오르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트레이키즈는 지난해 데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첫 선을 보였는데 박 CCO는 "이번 프로젝트에서야말로 JYP엔터테인먼트 다음 세대를 책임져 줄 친구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팀을 내놓을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이스토리’ 등 중국 보이그룹 2팀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보이스토리는 중국 텐센트와 만든 합작법인 소속이다. 그동안 JYP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적었는데 해외 매출처를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JYP엔터테인먼트가 그동안 저평가를 받은 것은 남자 아이돌이 없고 중국 매출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라면서 "중국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아 "JYP엔터테인먼트 매출은 3년 안에 2배, 영업이익은 2년 안에 2배 증가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눈부신 성과에 박진영 CCO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싱 업무를 관할하고 있다.
가수로서 끈을 아직 놓지 않고 있다보니 가요계 흐름을 파악하는 '감'이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영원한 딴따라라는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
박 CCO는 가수로 활동하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허니’ ‘너의 뒤에서’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2001년 JYP엔터테인먼트를 세우고는 가수보다 프로듀서로 더 두각을 드러냈다. 경쟁사들처럼 다른 사업군에 눈을 돌리기보다 연예기획사로 본업에 집중해왔다.
소속 가수들의 인성을 중시하는 소신도 눈길을 끈다. 과거 방송에서는 박 CCO가 “스타는 도덕성”이라고 말한 반면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인성보다 재능”이라고 말하면서 화제가 됐다.
실제로 JYP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가수들이 마약이나 폭행, 성추문 등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드물다.
연습생 교육과정에도 인성교육과 성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박 CCO는 최근 방송에서도 가수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실, 성실, 겸손' 세 가지 가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CCO는 "우리 회사 직원들은 여자가 나오는 술집에 못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임원들이 난리가 났지만 '회사가 망해도 좋으니 여자가 접대하러 나오는 공간에 출입하는 순간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라'고 엄포를 놨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곡인 ‘날 떠나지마’로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을 봤다가 외모 때문에 떨어진 일도 있다. 오디션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너 그 곡만 안 팔래?”라고 물어봐 '안 팔아요' 하고 나왔다고 한다.
이수만 회장으로서는 적수를 키운 셈이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