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초부터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수주잔고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5~2016년에 해외 신규수주 부진으로 수주잔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수주에 속도를 내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주잔량 10조3219억 원을 보였다.
삼성엔지니어링 수주잔고가 10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6년 2분기 이후 여섯 분기 만이다.
올해 초부터 해외에서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수주잔고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해 모두 3조5천억 원에 가까운 일감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오만에서 따낸 1조1천억 원 규모의 정유설비 프로젝트의 본계약도 체결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수주를 하지 않으면 성장하기 힘든 구조이다 보니 해외에서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 신규 수주를 늘리고 있다고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사업 비중은 다른 대형건설사들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2691억 원을 냈다. 이 가운데 해외사업 매출은 2조153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국내 매출 대부분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수주한 물량에서 나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해외사업의 매출비중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의 해외 건설사업 매출비중은 각각 42.8%, 30.2%, 14.8%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다른 대형건설사와 달리 국내 주택사업을 전혀 하지 않는 데다 플랜트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해외사업 비중이 유독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마저도 정유와 석유화학, 가스 등 화공플랜트가 주력사업이라 중동 국가에 실적 대부분을 기대고 있다.
사실상 중동에서 일감을 확보하지 않으면 성장성을 증명할 수 없는 셈인데 이에 따라 중동에서 벌어지는 수주전에 삼성엔지니어링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 경쟁을 벌이게 되면 대형건설사들은 모두 바짝 긴장한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이 워낙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라 발주처와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대형건설사라 하더라도 수주전에서 밀리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오만에서 수주한 정유설비 프로젝트는 국내 다른 대형건설사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 몫으로 돌아갔다.
이 관계자는 “다른 대형건설사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입찰이 진행돼 삼성엔지니어링이 이 사업을 수주하는 일도 있다”며 “사업구조상 해외사업을 무조건 따내야 한다는 절실함이 수주전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이 앞으로도 계속 이런 흐름을 이어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과거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이후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 해외에서 많은 사업을 한꺼번에 관리하기 힘든 인력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현재 인력구조상 올해는 수주성장의 여력이 많지 않다”며 “기대보다 느리게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주계약 및 착공시점의 변동성 등을 이유로 들어 올해 수주목표와 매출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기업공개된 대형건설사 가운데 올해 실적과 관련한 목표치를 밝히지 않은 곳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