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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치중, '안철수 테마주'에서 벗어날 안랩 성장동력 만들기 절실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2-23 15: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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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치중,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7531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안철수</a> 테마주'에서 벗어날 안랩 성장동력 만들기 절실
▲ 권치중 안랩 대표이사 사장.
안랩 주가가 '안철수 테마주' 에서 벗어나 홀로 설 수 있을까?

안랩은 국내 최대의 정보 보안업체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제는 업계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주가 역시 안랩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보다는 창업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행보에 좌우되고 있다. 

권치중 안랩 대표이사 사장이 전환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6.13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안랩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대선 전에 주가가 급등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그렸는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떠오르면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권치중 대표가 마냥 좋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효과’를 뺀 안랩 자체의 사업 성장성을 두고는 시장에서 의구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안랩은 지난해 매출 1500억 원을 거뒀는데 2012년과 비교하면 5년 동안 겨우 12%가 늘었다. 경쟁회사인 SK인포섹과 비교하면 부진이 더 뼈아프다.

안랩은 매출 기준 보안업계 1위를 2년 전 SK인포섹에 내줬다. SK인포섹은 2012년만 해도 매출이 1034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 안랩을 밀어낸 뒤 2016년에는 국내 보안회사 처음으로 매출 2천억 원 고지를 밟았다.

보안업계의 '맏형'으로 불려온 안랩으로서는 그동안 명성이 무색해진 셈이다.

안랩은 백신 'V3'을 중심으로 한 솔루션 판매와 컨설팅, 보안관제 서비스 판매에 중심을 두고 내수시장 지키기에 공을 들여왔다. 2012년 12월 국내 보안업계 최초로 매츨 1천억 원을 돌파하고 수년 동안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후발주자들과 외국기업들의 공세 속에서 기술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 

권 대표는 2014년 취임해 안랩을 이끌고 있는데 재임기간에 업계 선두를 내준 데다 앞으로 전망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IBM, 다우기술, BEA시스템즈 등을 거치면서 IT업계 영업과 마케팅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2011년 안랩 국내사업 총괄부사장으로 영입된 이후 2013년 12월 김홍선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경영을 이어 받았다. 

김 전 대표가 해외사업과 연구개발에 집중했다면 권 대표는 취임 뒤 “검증된 기술의 사업을 안착하고 내실경영을 추진하겠다”며 안정적 수익구조 확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해외진출과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받는다. 안랩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3.6%였다. 2016년에 2.6%였던 것을 감안하면 조금 나아졌지만 2012년(6% 수준)과 비교하면 오히려 후퇴했다. 

국내 보안시장은 규모가 2조2천억 원 수준으로 전 세계 보안시장 규모인 950억 달러(110조 원)의 2%에 불과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시장 규모가 커지고는 있지만 그만큼 경쟁기업도 늘어나 포화 상태다. 해외에서 길을 찾지 않고는 성장이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국내시장에서 안랩의 위치가 견고한 것도 아니다.

우선 소비자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 안랩은 국내 금융기관과 관공서 홈페이지 등에서 액티브X를 이용한 보안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사용자 편의성을 해치면서 이익을 얻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액티브X는 기존의 응용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문서 등을 웹과 연결시켜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사용이 불편할 뿐 아니라 시스템 오류와 해킹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꼽힌다.

정부 차원에서 액티브X가 퇴출 추세에 접어들자 안랩은 액티브X 기반이 아닌 상주형 보안 모듈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AhnLab Safe Transaction)’을 대신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들로부터 차라리 액티브X가 낫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보안 프로그램을 가장한 악성코드'라는 말까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액티브X를 싫어하는 이유는 표준 웹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사용자의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보안간섭을 하기 때문" 이라며 " 그런데 액티브X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사용자 PC에 상주하면서 불편을 준다면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세이프 트랜잭션 서비스는 관공서와 금융기관에 납품하는데 고객과 실사용자가 다르기 때문에 실사용자에게 발생하는 여러 문제가 직접적 악영향을 끼지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 등이 보안 서비스 공급자 선정에 사용자들의 평가를 반영할 수도 있는 만큼 안랩으로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권 대표 역시 안랩이 안철수 전 대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권 대표는 지난해부터 아태지역(APAC)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 현지 법인을 통해 V3 백신과MDS(지능형 위협 대응 솔루션)사업에 힘을 쏟고 있고 동남아에서는 MDS를 중심으로 시장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안랩 관계자는 "글로벌 보안기업으로 도약을 중요한 비즈니스 목표로 정하고 있다"며 "지역별로 전략 제품을 내세워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랩은 최근  전문적인 보안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고객사에 제공하는 '웹가드'를 출시해 클라우드 보안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1월에는 권 대표가 연구개발(R&D)에 집중하겠다며 최고기술책임자(CTO)부문을 신설하고 이호웅 상무를 CTO에 앉혔다.

권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사업구조 재검토, 사업부간 시너지 창출, 영역에 가리지 않는 다양한 도전, 기민한 조직문화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예로부터 戊(무)자가 들어간 해에는 큰 변화가 시작됐다"며 "새로운 시작점에 선다는 마음가짐으로 중장기적 관점의 퀀텀점프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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