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e삼성 실패 잔혹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시대 개막을 앞두고 많은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진다. 과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거대 제국 삼성을 이끌 능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이 의문을 품게 한 출발이 바로 e삼성의 실패다. 이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그 이후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마냥 이재용 시대의 개막을 늦출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00년 5월 인터넷 벤처 지주회사인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자본금 400억 원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삼성그룹의 인터넷·벤처사업 투자를 위한 포석이었다. e삼성이 국내 인터넷벤처 투자를 담당했다면 e삼성인터내셔널은 해외 인터넷벤처의 투자를 맡았다. 이 부회장은 설립 당시 출자자로 나서 e삼성 지분 60%를, e삼성인터내셔널 지분 55%를 보유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인터넷벤처사업의 성과를 통해 그룹 승계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이 있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한 관계자는 “e삼성이라는 벤처사업체를 출범시킨 이면에는 외부자금을 흡수하고 코스닥 활황에 기대서 미국 아마존식의 대박을 터뜨리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그룹 지분을 사들여 삼성에 보란 듯이 데뷔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인터넷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e삼성인터내셔널은 투자회사들이 적자를 낸 탓에 설립 첫해 76억 원의 손실을 냈다. 이 부회장이 이끌던 인터넷지주회사 ‘e삼성’과 6개 해외법인의 2000년 총 적자는 141억 원에 이르렀다.

또 해외 각 지역에서 인터넷사업을 총괄하던 해외법인 6개도 모두 적자였다. e삼성이 투자한 회사인 엔포에버, 가치네트 등도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까지 포함할 경우 적자는 모두 173억 원에 이른다.

이 부회장이 주도한 e삼성은 결국 어떤 성과도 남기지 못한 채 삼성그룹에 짐으로 남았다. 결국 2001년 7월 이 부회장이 보유하던 e삼성에 대한 대한 지분을 제일기획과 삼성SDI 등 8개 계열사에 넘겼다. 이렇게 이 부회장의 사업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또 e삼성의 지분을 매입한 8개 계열사들은 뒷날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 당시 수사대상에 오르는 곤욕을 겪었다.

e삼성의 실패는 삼성그룹 안에서도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을 낳게 했다.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이 추진해온 사업들을 모두 못하게 하고 흡수하면서 e삼성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 계열사에서 신사업 기획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 e삼성이 구조본을 통해 그룹 전체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크고 작은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e삼성 매각 후 이 부회장의 행보는 눈에 띄게 위축됐다.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2004년 S-LCD 등기이사, 2007년 삼성전자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 전무, 2009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2010년 삼상전자 COO 사장을 거쳤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내놓지 못했다. 그리고 2012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