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과 삼성바이에피스, 유럽 바이오시밀러 선점 '각축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9일 유럽 베니스에서 열린 '2018 셀트리온헬스케어 인터내셔널 써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유럽에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허가받으면서 올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유럽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시장 선점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셀트리온이 이번 경쟁에서 승리하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의 판매대행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14일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유럽 판매허가가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며 “판매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울 시간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판매허가를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허쥬마는 바이오의약품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허셉틴은 다국적제약사 제넨텍이 개발하고 로슈가 판매하고 있는 유방암, 위암 치료 바이오의약품으로 연간 매출이 8조 원에 이른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15일 유럽 의약품청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허쥬마 승인권고 결정을 받았다.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 승인권고 이후 판매허가 취득까지 보통 2~3개월이 걸리는 데 허쥬마는 두 달이 되기 전에 판매를 허가받았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유럽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1월 유럽에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 판매를 허가받았다.

바이오시밀러시장은 그동안 바이오의약품별로 시장을 선점한 업체가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고 성장의 성장 과실을 독차지해왔다.

셀트리온은 2014년 초 유럽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최초로 출시했는데 현재 오리지널 시장의 50% 가까이를 대체했다. 다른 램시마 바이오시밀러 제품도 출시됐지만 판매실적이 미미하다.

셀트리온은 또한 지난해 4월 유럽에서 혈액암 바이오의약품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를 가장 먼저 출시했고 시장을 선점했다. 리툭산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도 경쟁 제품들의 점유율은 극히 낮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에피스, 유럽 바이오시밀러 선점 '각축전'

▲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시장을 선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2월 유럽에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를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다. 베니팔리의 유럽 매출은 지난해 3분기까지 2500억 원이 넘었지만 경쟁 바이오시밀 제품의 매출은 턱없이 작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시장 경쟁에서 제품 출시가 약 3개월 차이가 나지만 출발선은 사실상 동일하다.

유럽 주요국가들은 국가나 병원연합이 공개입찰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구매하는 데 2분기부터 3분기에 대부분의 입찰 일정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부터 3분기까지 6개월 동안 벌이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쟁이 사실상 유럽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시장의 향후 판도를 결정하는 셈이다.

셀트리온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시장 선점 경쟁에서 승리하면 유럽 바이오시밀러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것으로 보인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선점했기에 이후 출시되는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양강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으로서는 기업가치가 크게 좌우되는 승부처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직접 발로 뛰며 허쥬마 판매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 회장은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2018 셀트리온헬스케어 인터내셔널써밋’에서 유럽 파트너사들과 허쥬마 판매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서 회장은 “올해는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3총사의 해외진출 원년”이라며 “셀트리온그룹이 세계로 도약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경쟁에서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로 쌓은 신뢰도를 내세울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암은 생존이 달린 질환이기 때문에 트룩시마 출시로 암 치료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한발 앞서 있는 셀트리온이 경쟁사보다 신뢰도에서 앞서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항암제 치료는 보수적 영역인데 트룩시마의 시장침투가 자체 예상을 초과하고 있다”며 “허쥬마를 놓고도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