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동남아시아에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고 있다.

정 부회장은 동남아시아의 성장잠재력이 높은 만큼 중국을 이을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푸드와 이마트를 앞세워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문을 두드리고 점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으로 영토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동남아에서 이마트와 신세계푸드의 새 기회 찾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11일 신세계그룹 등에 따르면 이마트가 말레이시아를 발판으로 올해 동남아시아 수출비중을 20%, 매출을 1천억 원까지 늘리기로 하고 동남아시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베트남 이마트를 방문해 사업성을 검토했다. 

1월 현지 이마트 1호점 고밥점과 2호점 부지 등을 살펴보고 현지 경쟁회사를 둘러보고 사업 관계자들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2019년 베트남 호찌민에 이마트 2호점을 내기로 했다. 2020년까지 4~5개 점포를 추가한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기회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실무진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2015년 12월 베트남 호찌민시 고밥에 1만579㎡(3200평) 규모의 1호점 문을 열었다. 2016년 9월엔 호찌민 시당국과 ‘투자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이마트는 2020년까지 호찌민에 대형마트뿐 아니라 슈퍼마켓 등 다양한 형태의 상업시설 등 모두 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고 호찌민 시당국과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이미 자체브랜드 50여 개를 말레이시아 최대 유통회사인 ‘GCH리테일’에 판매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이마트를 철수하면서 동남아시장에 더욱 기대를 품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중국점포 매각을 마무리했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 만이었다.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했지만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푸드’의 동남아시아 진출에도 힘쓰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1월 첫 해외진출국가로 말레이시아를 선정했다. 말레이시아 대표 식품회사 ‘마미 더블 데커’와 합작법인 세우고 동남아시장 공략하기로 했다.

마미 더블 데커는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 제조시설 갖추고 있는 만큼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다른 동남아 국가로 진출하는 데도 유리하다. 할랄 인증받은 제품을 두루 갖추고 있어 동남아시아 이슬람시장을 공략할 발판도 확보하고 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푸드가 장기적으로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며 “그룹 유통망 의존도 넘어 동남아시아와 이슬람 진출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동남아시아는 한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곳곳에서 한국 브랜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운 날씨로 대형 복합쇼핑몰 문화가 발달했다는 점도 신세계푸드의 진출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철저한 현지 분석 없이는 중국 이마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여러 식품회사가 동남아시아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안착하지 못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에서 비비고 매장을 철수했다. 

정 부회장은 동남아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동남아시아 유통사업에서 순항하고 있다.

이마트의 유일한 해외 직영점인 베트남 고밥점은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 12월 문을 연 뒤 1년 만에 매출 419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은 2016년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 자체브랜드 ‘노브랜드’ 역시 인기가 높다. 2016년 노브랜드 상품은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지역 8개국에서 약 43억 원 가량 수출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