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미국 연준(Fed)의 금리정책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이르게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통위가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을 때는 다음 금리인상 시기로 올해 7월 이후가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5월 인상설이 최근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올해 고용과 경기 회복에 힘입어 물가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가 상승폭이 커질수록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연준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1.50%로 잡은 뒤에도 물가 상승률이 올해 계속 높아져 중기적으로 2%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투자금융(IB)회사 16곳도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과연 몇 차례나 올릴지에 관련된 전망도 두 차례로 내다본 투자금융회사 수는 줄어든 반면 세 차례나 네 차례로 예상한 곳은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연준의 3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조짐에 따라 기준금리가 연중에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연준이 3월20일~21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연 1.50~1.75%에 이르러 한국의 기준금리 연 1.50%보다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투자자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오른 미국 채권 등에 투자량을 늘리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해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3.2%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자금을 계속 회수하면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2월 들어 미국 국고채금리가 상승하는 동안에 외국인투자자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3조5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일부 한국은행 금통위원들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이 미칠 영향을 경계하고 있다.
금통위의 1월 회의 의사록에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전되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이르게 올린다 해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을 막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낮은 물가 상승률과 막대한 가계부채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해 한두 차례밖에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서너 차례 인상하면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달 연속으로 1%대에 그쳐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 2%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낮으면 쉽게 금리인상에 나서지 못한다.
가계부채도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419조1천억 원에 이른다. 은행권 신규대출 상당수가 변동금리인 만큼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가계의 부채 부담이 더욱 무거워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면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기준금리 역전의 영향을 감수하고 금리를 천천히 올릴 가능성이 지금은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