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문턱을 높이면서 증권사의 인수합병과 신사업 진출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다만 금융위와 금감원이 심사의 결론을 어느 쪽으로 내리지 않은 채 미뤄두면서 증권사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의 '깐깐한' 심사로 증권사 인수합병 얼어붙어

▲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은 최근 하나금융투자와 케이프컨소시엄, DGB금융지주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하거나 뒤로 미루고 있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는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51%를, 케이프컨소시엄은 SK증권 지분 10.04%를,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85.32%를 각각 인수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승인을 신청했다.

그런데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하나UBS자산운용 인수와 관련해 하나금융투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고 금융감독원이 케이프컨소시엄의 SK증권 인수를 놓고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면서 케이프컨소시엄은 인수 승인신청을 한지 5개월여 만인 올해 2월에 자진철회했다.

금감원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와 관련해서도 DGB금융지주에 추가 서류를 요청해 인수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인가절차와 감독기능 등을 놓고 강한 비판을 받은 만큼 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와 은행권 채용비리를 겨냥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결론을 어느 쪽으로 내리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깐깐해진 인수 심사기준은 중소형 증권사뿐 아니라 대형 증권사에도 적용되고 있다.

자기자본 4조 원을 넘은 대형 증권사 5곳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다른 4곳은 여전히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각각 공정위원회 조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이유로 인가심사가 보류됐고 KB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가 계속 미뤄지자 신청을 철회했다.

NH투자증권이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별다른 설명없이 미뤄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다른 금융회사 인수 및 신사업 진출을 위한 채비를 다 갖춘 상황에서 결론이 나지 않고 시간만 흐르니 부담만 커져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증권사들에게 명확하게 개선해야할 점을 지적하지 않은 채 심사결과를 미루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KB증권과 케이프컨소시엄처럼 자발적으로 신청을 철회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각각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측인 SK와 현대중공업그룹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월26일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금지 규정을 위반한 지주회사 SK에 주식처분 명령과 과징금 29억6100만 원을 부과했다.

SK는 내년 1월26일까지 SK증권 매각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공정위로부터 추가 과징금과 검찰고발까지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좀처럼 매각에 속도가 붙지 않아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한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사용하려했지만 심사가 길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산업진흥과 금융감독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금융위와 금감원이 결론을 내지 않으면서 일부 증권사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