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포스트가 줄기세포 치료제부문에서 처음으로 연매출 100억 원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창업주인 양윤선 대표는 18년 전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시작하면서 ‘공상과학’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그동안 인내가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 치료제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줄기세포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뉴로스템‘의 미국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뉴로스템은 제대혈(탯줄 혈액)에서 추출해 배양한 중간엽줄기세포가 원료인데 한국에서도 1·2a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양 대표는 “미국에서 이미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을 한 경험이 2건 있고 뉴로스템의 국내 임상도 순조로운 만큼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다. 매출 422억 원을 올려 2016년보다 47% 늘었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제 매출이 전년 56억 원에서 2배 가까이 늘어 '제대혈 논란'으로 타격을 받았던 제대혈은행 매출을 만회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2015년 한 시민단체가 제대혈이 무용지물이라며 검찰에 고소하면서 매출이 급락했다. 1년 반 만에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긴 했지만 제대혈은행 매출은 아직 논란 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양 대표는 이를 계기로 줄기세포 치료제부문을 강화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메디포스트에서 제대혈은행 매출비중은 2015년 64%였는데 지난해에는 3분기 기준 46% 수준으로 줄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퇴행성 관절염치료제 ’카티스템‘은 시술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카티스템은 세계 최초의 ‘동종(타가) 줄기세포 치료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는 그전에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로 만든 것은 카티스템이 처음이다.
신재훈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메디포스트는 올해 제대혈은행이 논란 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카티스템 시술건수도 급증해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티스템은 한 번 손상된 관절 연골은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기존 개념을 깼다. 그동안 관절염 환자들은 인공관절 말고는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었지만 카티스템은 연골세포를 다시 재생시켜주기 때문에 효과가 근본적이고 영구적이다.
히딩크 감독이 카티스템 시술을 받고 ”한국에서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무릎 수술이 단연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양윤선 대표는 카티스템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12년 동안 270억 원을 투자했다.
그는 의사 출신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다가 2000년 메디소프트를 세워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신생아의 제대혈(탯줄 혈액)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보관하는 ‘제대혈은행’ 시장에서 독보적 1위회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설립 5년 만에 바이오기업 최초로 코스닥 입성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카티스템 개발은 쉽지 않았다. 제대혈을 상용화하는 방법으로는 혈액암 환자의 골수이식 정도만 알려져 있던 시절이다 보니 치료제 개발 계획서를 들고 투자자를 찾아도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2005년 임상시험에 들어갔지만 ‘황우석 사건’으로 줄기세포를 향한 시선이 차가워지면서 투자가 끊기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카티스템은 2012년 시장에 나왔다.
양 대표는 메디포스트가 독자개발한 ‘스멉셀’이라는 새로운 줄기세포 배양기술을 활용해 주사형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와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도 연구하고 있다.
스멉셀은 ‘작은(SMall)’ ‘고효능(Ultra Potent)’ 줄기세포를 선별해 ‘대량 생산(scale UP)’한다는 뜻이다.
줄기세포는 작을수록 치료효과가 크지만 그만큼 배양이 힘든데 스멀업 기술은 크기가 작은 세포를 이용해 원가는 낮추고 성능은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호주, 중국 등에서 특허를 받았다.
양 대표는 "'스멉셀'을 활용하면 기존 줄기세포보다 수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치료 효율이 낮았던 난치성질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는 10명 남짓한 직원으로 조그맣게 시작했다. 당시 양 대표는 제대혈은행 서비스로 우선 매출기반을 닦고, 줄기세포를 배양해 난치병 치료제를 만드는 바이오제약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이제 목표에 절반은 왔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