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몸집 불리기에 가장 효과적 수단이 M&A다. 하지만 성공하기는 무척 어렵다. 자칫 기업을 무너뜨리는 독배가 된다.
LG생활건강에 차석용 부회장이 CEO로 들어온 지 9년만에 LG생활건강은 매출액이 4.5배, 영업이익이 7배나 증가했다. 그 원동력은 차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M&A였다. 차 부회장의 M&A에는 남다른 그 무엇이 있다.
차 부회장이 인수한 화장품 브랜드숍 더페이스샵 매출이 얼마 전 경쟁사 미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국내 브랜드숍이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더페이샵은 매출이 19%나 늘었다. 10년 동안 업계 1위 자리를 주고받으면서 줄다리기를 하던 미샤와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했다. 차 부회장 M&A가 또 한 번 성공 기록을 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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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에 CEO로 취임한 뒤 '선 안정 후 M&A'라는 전략을 구사했다.
취임 당시 LG생활건강은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생활용품 등 기존 사업의 안정화에 매달렸다.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를 정리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06년과 2007년 경영실적이 안정을 되찾았다.
차 부회장은 그 기반 위에서 본격적으로 M&A에 나섰다. 차 부회장은 "바다에서도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에 좋은 어장이 형성되듯 서로 다른 사업 간 교차지점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창출된다"고 말한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에 교차점을 추가할 사업으로 화장품과 음료를 꼽았다. 그는 "기존 생활용품과 화장품사업 사이에는 교차점이 한 개뿐이지만 음료사업이 추가되면 교차점이 세 개로 늘어나면서 회사 전체에 활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되 기존사업과 교차점을 찾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려는 전략이었다.
차 부회장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하며 음료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음료시장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2009년 942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음료사업은 지난해 1조1218억 원으로 매출이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영진약품의 드링크사업 부문을 인수해 건강기능성 음료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차 부회장은 인수한 기업들을 확실히 매출을 올렸고 흑자로 전환시켰다. 코카콜라음료의 경우 지난해 한국 진출 46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해태음료도 연간 영업이익이 흑자(80억 원)로 전환했다. 교차점에서 사업을 확대할 기회가 있다는 차 부회장의 생각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차 부회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마음 편하게 M&A를 진행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LG생활건강이 먼저 M&A 계약서를 제시해 잠재적 위험이 계약서상 누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차 부회장은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그 나름의 원칙을 세워놓고 진행했다. 3~5년 내 기존 브랜드 이상의 수익성에 도달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하되 적정가격 이상의 M&A는 미련없이 포기했다. 그는 "M&A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낯설기 때문에 내가 이쪽에 공을 특히 많이 들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M&A는 LG생활건강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화장품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화장품사업에서도 공격적 M&A를 추진했다.
더페이스샵은 2012년 미샤에 비해 취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색조 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색조화장품으로 정평이 나있던 바이올렛드림(구 보브)을 인수했다. 이어 일본에서 유통망을 확보하고 화장품 기술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본의 화장품회사 긴자 스테파니 코스메틱스과 건강기능식품 통신판매업체 에버라이프를 인수했다. 2013년 캐나다 보디용품 업체 프루츠패션도 사들였다.
일본과 캐나다의 화장품회사를 인수하면서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뒤 본격적으로 해외로 진출했다. 더페이스샵은 현재 26개 국에 약 15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시장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 합작법인까지 설립해 놓은 상태다.
차 부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LG생활건강의 중심을 생활용품에서 생활용품-음료-화장품 삼각편대로 바꿔놓았다.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지속 가능하게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화장품은 여름에 매출이 떨어진다. 반면 음료사업은 여름이 성수기다. 계절적 리스크도 상쇄한 것이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은 현재 생활용품, 음료, 화장품의 매출액 비중이 33%, 28%, 39%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차 부회장이 M&A에 투자한 금액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조3천억 원에 달한다. 그렇지만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도 동반성장해 LG생활건강의 부채비율은 2013년 3분기 기준 약 140%로 양호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