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군산공장 생산량을 줄이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수설 논란을 잠재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올해 크루즈, 올란도 등 준중형차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에서 올뉴 크루즈 1만6천 대 미만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군산공장 생산량 급감, 철수설 진원지로 다시 부각

▲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군산공장에서 연간 25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생산차종의 판매 부진 탓에 생산능력에 턱없이 못 미치는 물량만 생산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군산공장 가동률은 이미 20% 아래로 떨어졌으며 한국GM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설비작업 등을 이유로 한 달 가까이 군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GM은 국내에서 변속기와 엔진소재를 생산하는 보령공장과 함께 완성차를 생산하는 군산, 부평, 창원공장 3곳을 가동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지난해 9월 부임한 뒤부터 한국GM이 국내 완성차공장 3곳 가운데 1곳의 가동을 중단할 것이란 말이 돌았다”며 “올해 군산공장 생산목표가 생산능력에 턱 없이 못 미치는 탓에 군산공장 위기설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지난해 10월 산업은행과 GM 본사가 맺은 주주 사이 계약이 종료되면서 철수설에 휩싸였다. 주주 사이 계약이 종료되면서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매각 거부권을 잃게 됐고 GM 본사가 한국GM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제동을 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올해도 군산공장의 생산량 감축으로 철수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철수설을 진화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GM 본사가 나서지 않는 이상 한국GM 철수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GM 본사 임원이 최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GM에 생산물량을 배정하는 조건으로 공장증설, 차입금 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지원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한국GM은 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GM 본사가 사실상 한국GM의 경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GM 철수설이 지난해 크게 불거진 이유도 산업은행과 GM 본사의 주주 사이의 계약이 종료되기에 앞서 GM 본사가 적자를 내는 해외 사업장을 놓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펼친 영향도 있었다.

GM 본사가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면서 전 세계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쉽사리 발을 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GM은 창원공장에서 경차 스파크를 생산하고 있는데 GM 본사의 글로벌 생산기지 가운데 경차를 생산하는 곳은 창원공장이 유일하다.

또 GM 본사가 지난해 준중형차를 주로 생산하는 유럽 브랜드 오펠을 매각하면서 한국GM의 군산공장도 GM 본사의 준중형차 생산기지로서 중요성이 높아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GM 본사는 미국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GM의 디자인센터는 경차, 소형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디자인 작업을 주도했다.

GM 본사는 현지 전략형 차량보다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글로벌 모델을 개발하는 데 더욱 치중하고 있어 한국GM의 디자인센터의 중요도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지만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을 놓고 보면 일부 차종의 생산기지로서 역할을 맡고 있는 데다 연구개발 및 디자인 능력도 갖추고 있다”며 “다만 GM 본사는 그동안 해외공장을 정리할 때 다른 회사에 팔기보다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탓에 한국GM에 구조조정 칼날을 들이댈 경우 고용불안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