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의약품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복용 편의성을 높인 복제약을 개량신약이라고 한다.

바이오의약품에도 개량신약이라는 말을 쓰는데 ‘바이오베터’라고 부른다.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보다 좀 더 발전된 개념이다.

알테오젠은 최근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바이오베터분야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어 많은 투자자들의 시선이 몰린다.

◆알테오젠,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순항

28일 알테오젠에 따르면 미국 리제네론의 습성 황반변성 치료 바이오의약품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인 ‘ALT-L9’의 글로벌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박순재, 알테오젠 바이오베터로 '바이오업계의 한미약품' 꿈꾼다

▲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알테오젠은 최근 미국 비임상시험에서 9개월 동안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ALT-L9이 원조의약품인 아일리아 사이에 동등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알테오젠은 공식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려고 한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2~3개월 후 이번 전임상결과 공식 분석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관련 학회 등에서 발표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우수성을 알릴 계획”이라며 “이번 비임상 결과로 현재 진행 중인 기술이전 협상도 가속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재 대표는 2022년 일본과 중국에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세계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아일리아는 올해 예상 매출이 7조 원에 이르는 바이오의약품이다. 아일리아는 현재 물질특허와 제형특허 등 두 개의 특허로 보호되고 있다.

아일리아의 물질특허는 일본과 중국에서 2022년 만료된다. 미국은 2023년, 한국은 2024년, 유럽에서 2025년에야 끝난다. 제형특허는 국가별로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등록돼 있다.

알테오젠은 뛰어난 바이오의약품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아일리아 제형특허를 개발해 등록했다. 물질특허가 끝나면 제형특허에 상관없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글로벌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유방암 치료 바이오의약품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ALT-02’ 개발도 하고 있다.

알테오젠이 개발하고 있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ALT-02는 브라질이 주요 시장이다. 브라질 제약사 크리스탈리아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기술과 남미지역 판권을 이전했고 현재 글로벌 임상3상을 준비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허셉틴은 연간 4천억 원 가량 팔리고 있다. 공공의료보험 제도 때문에 브라질 정부의 구매물량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의약품 국산화를 위해 알테오젠과 크리스탈리아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면 정부 구매물량의 40%를 보장하겠다고 확약했다.

알테오젠은 또한 지난해 3월 중국 치루제약과도 ALT-02의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남미와 중국을 제외한 지역을 놓고 기술수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알테오젠, 바이오업계 한미약품 될까

알테오젠은 박순재 대표와 그의 아내인 정혜신 한남대 교수가 만든 회사다. 박 대표는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는데 정 교수는 박 대표의 3년 후배다.

박 대표는 대학 졸업 이후 미국 퍼듀대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와 1988년 럭키화학(LG생명과학)에 입사했다. 아내였던 정 교수도 같이 입사했다가 1995년 한남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박순재, 알테오젠 바이오베터로 '바이오업계의 한미약품' 꿈꾼다

▲ 알테오젠은 2014년 12월12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LG생명과학 연구원장이었던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는 “부부를 함께 채용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두 사람의 실력을 보고 뽑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 뒤 국내 바이오시밀러 1세대로서 경력을 쌓았다.

1998년에는 다국적 기업인 머크와 함께바이오시밀러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후 회사를 나와 드림파마를 거쳐 바이넥스 대표 부회장에도 올랐다.

박 대표는 2008년 아내인 정 교수가 특정 단백질이 사람 몸속에서 오래 유지되는 지속형 기술을 개발하자 바이오시밀러에 이를 접목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알테오젠을 설립했다.

박 대표가 고안한 아이디어는 현재 ‘바이오베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합성의약품에서 개량신약과 마찬가지로 특허권이 보장된다.

그러나 박 대표는 알테오젠 설립 이후 바이오베터 개발에 매달리지 않았다. 대신 알테오젠이 개발한 각종 바이오시밀러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데 주력했다. 재무구조가 안정화되어야 회사가 장기 존속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알테오젠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흑자를 냈고 2014년 말에는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알테오젠은 바이오시밀러 기술의 수출을 통해 마련한 돈을 바이오베터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현재 지속형 기술과 항체-약물 접합(ADC) 기술 등 두 가지 바이오베터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속형 기술은 주로 인슐린과 성장호르몬 등 1세대 바이오의약품에 활용되고 있다. 주로 접종 횟수를 줄여주는 방법으로 환자의 편의성을 높인다. 1세대 바이오의약품의 바이오베터인 셈이다.

항체-약물 접합 기술은 항암효과가 뛰어난 항암약물을 항체의약품과 접합해 강력한 효능을 지닌 항암약물이 암세포에만 작용하도록 하는 기술로 약효를 늘리고 부작용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항체-약물 접합 기술은 로슈의 유방암 바이오의약품인 허셉틴의 바이오베터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

알테오젠을 놓고 바이오업계의 한미약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술수출에 치중하고 버는 돈을 신약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모습이 닮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금은 바이오시밀러가 대세지만 앞으로는 바이오베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