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현대제철의 몸집 불리기에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제철이 그룹 내 수직계열화 체제 강화의 일환으로 사업확장에 나서자 이 회장이 국내 철강업체들의 긴장감을 대변한 것이다.

  이순형 세아 회장, 현대제철 몸집 키우기 비판  
▲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은 지난 6일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출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날 현오석 경제부총리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철강업계가 올해도 과잉공급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왜 혼자서 다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품 경쟁력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크게 우려가 없지만 2차 가공 사업까지 진출하게 되면 영세한 중소업체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세아그룹 계열사인 세아베스틸(상공정), 세아특수강(하공정)은 국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세아베스틸의 경우 현대기아차와 거래가 총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특수강의 경우도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2조2000억 원, 6890억 원이다.


현대제철이 상, 하공정 사업에 진출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늘리게 된다면 현대기아차에 대한 세아그룹의 납품 물량은 줄어들게 된다. 이 회장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 선언 후 2차 가공사업 진출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면서도 "현대기아차의 수요 감소에 대비해 해외시장 활로를 개척하는 방안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대응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제철이 최대고객사로 있는 포스코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포스코 전체 매출에서 현대기아차와 현대하이스코 등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율은 4% 수준이다. 이는 대형 조선소 3개를 가지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인 3%보다 높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을 기반으로 한 수직계열화 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매출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주요 고객이기는 하지만 전체 매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며 "국내 철강 시장은 포화된 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형 세아 회장, 현대제철 몸집 키우기 비판  
▲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3고로 화입식 행사에 참석해 제3고로의 첫 가동을 위해 불을 지피는 화입(火入)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수직계열화의 원년으로 올해 매출목표를 16조3000억 원으로 잡고 글로벌 철강회사로 도약을 외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고로 3기를 완공되면서 올해 1200만 톤 생산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어 10월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 제조와 판매부문을 합병하면서 열연강판뿐 아니라 냉연강판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로 탈바꿈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에 대해 “3고로 완공 이후 일관제철소 프로젝트 완성 차원에서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 제조와 판매부문을 통합하는 내용의 분할합병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현대제철의 몸집 불리기는 계속된다.


현대체절은 오는 4월 충남 당진제철소 내 연산 100만 톤 규모의 차세대 특수강 전용공장을 착공한다. 특수강은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 부품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현대제철의 신규 공장은 봉강과 선재를 각각 60만 톤, 40만 톤씩을 생산하게 된다. 2015년 11월 본격 가동되며 투자금액은 모두 8442억 원이다.


업계는 현대제철이 특수강 공장을 완공하는 내년 11월쯤 현대비앤지스텔에서 하공정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공정은 선재를 납품받아 볼트 등 가공 제품을 만드는 사업이다. 현대제철이 하공정 사업까지 진출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업계에서 유일하게 완벽한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차,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강판 생산, 부품 생산, 완성차 조립, 물류 공정을 아우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3위의 가격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바로 수직계열화 덕분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기준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74.7%로 혼다 77.8%, 도요타 77.8%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