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오른쪽)이 2일 열린 시무식에서 ‘CATCH 2018’ 경영지침을 형상화한 배지를 신임 임원에게 달아주고 있다.<코오롱>
이웅열 코오롱회장 지시로 10년 개발에 들어간 ‘투명폴리이미드(CPI)’가 세계 최초로 양산을 앞두고 있다. 투명폴리이미드는 내구성이 강하며 얇고 투명한 필름소재로 수만 번 접어도 파손되지 않아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필수소재로 꼽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스마트폰회사들이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면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시장을 선점할 꿈에 부풀어 있다.
18일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투명폴리이미드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요 고객사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갤럭시노트8’ 출시 행사에서 “2018년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제품이라도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이 ‘CES 2018’에서는 “사용자경험(UX) 등 소프트웨어 품질 때문에 출시를 앞당기기 힘들다”고 밝혔지만 하드웨어에서 문제가 없다고 한 만큼 올해 안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폴리이미드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900억 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투명폴리이미드필름 제조공장을 1분기 안에 완공할 계획을 세워뒀다. 공장은 한해 5.5인치 스마트폰 3천만 대에 공급할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수주는 없다”며 “수주를 하더라도 고객사의 제품 규격에 맞게 맞춰야 해 양산 시작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5년 코오롱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폴리이미드(PI) 개발을 끝낸 직후부터 투명폴리이미드 개발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지금은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이 가시권에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일반 휴대폰 디스플레이에 투명폴리이미드는 ‘너무 나갔다’는 말도 나왔다. 내구성 강한 필름소재인 폴리이미드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코오롱은 2007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디스플레이 기판소재로 폴리이미드를 공급하면서 국내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향후 투명한 폴리이미드가 쓰이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보고 세계 1등을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의 이런 결심에 따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0년 동안 800억 원을 투자한 끝에 2016년 투명폴리이미드 개발에 성공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이 잇달아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에 들어가면서 2022년 전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이 1억63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동안의 준비를 바탕으로 2018년에는 결실을 보고 성공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의 준비’에는 20년을 공들인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도 있지만 10년 동안 투자한 투명폴리이미드도 포함돼 있다.[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