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엔진 매각 절차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조선업황이 회복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일감을 확보할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중공업이 엔진사업을 강화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선박엔진사업 강화해 두산엔진 매각에 먹구름

▲ 김동철 두산엔진 사장.


16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두산엔진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인수적격후보들로 선정한 사모펀드 키스톤PE와 글랜우드PE 등이 두산엔진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는데 통상 실사기간이 4~6주인 점을 감안할 때 2월 초에 본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업황이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두산엔진 매각이 순항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두산엔진은 선박엔진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내고 있다. 성동조선해양과 대한조선, STX조선해양 등 중소조선사뿐 아니라 해외 조선사에도 선박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되는 선박은 모두 2780만CGT(가치환산톤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발주량이 20%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선박 발주량은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황이 회복되면 국내 조선사들이 일감을 확보하는 데도 숨통이 틔워질 가능성이 높다. 두산엔진은 전방산업의 회복에 따라 자연스럽게 신규수주에 수혜를 볼 공산이 크다.

하지만 최근 두산엔진의 경쟁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선박엔진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두산엔진 매각에 먹구름이 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비조선사업부를 인적분할해 분사하면서 조선과 해양, 플랜트, 선박엔진사업 등 4개 사업에만 주력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몸집을 줄인 뒤 자체사업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데 최근 선박엔진사업에 힘을 싣는 모습이 감지된다. 특히 지난해 말 실시된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강환구 사장이 현대중공업의 단독대표이사를 맡게 되면서 이런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SK해운과 대한해운 등 국내 주요 선사 9곳을 대상으로 자체개발한 액화천연가스 추진 벌크선 관련 기술설명회를 열었다. 그동안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을 주요 고객으로 하던 데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1월 초 선박엔진에 쓰이는 배기가스 세정설비의 실증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홍보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설비는 선박엔진의 배기가스를 물로 세척해 황산화물과 염산, 불산 등의 유해물질을 최대 99%까지 제거하는 친환경 장치다.

강환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부터 환경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선박시장에서 친환경이 가장 중요한 화두”라며 “선박 발주에 앞서 친환경 선박 관련 기술을 확보해 시장의 요구에 대비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선박엔진사업에 무게를 싣기 시작하면서 엔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두산엔진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계시장에서 현대중공업과 두산엔진 등 국내기업이 확보한 시장점유율만 5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이 기술경쟁력 확보에 잰걸음을 할수록 두산엔진이 일감을 확보하는데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글로벌 해운사 MSC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선박에 쓰일 엔진 전부를 현대중공업에 맡기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점도 경쟁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시 두산엔진은 “MSC 선박의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우조선해양과 선박엔진 수주를 위해 계속 협상하고 있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